'관리의' 한국투자증권 연이은 전산사고…겹악재
2022-08-09 곽세연 기자
9일 한국투자증권 정일문 사장은 홈페이지에 대고객 사과문을 게시했다.
정 사장은 "8일 오후 4시경 당사 시스템 전원 공급의 문제로 회사 내부 시스템 접속이 중단되는 장애가 발생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최대한의 노력에도 복구가 지연돼 정규장 마감 이후 시간 외 주문과 해외 주식 거래 등의 업무가 중단됐다"고 말했다.
그는 "9일 오전 7시 15분경 시스템은 모두 정상 복구가 됐으나, 이미 상당 시간 거래 불가로 고객분들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모든 고객분께 다시 한번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홈트레이딩시스템(HTS)은 전일 오후 4시께부터 전산 장애로 먹통이 된 지 15시간여 만인 이날 오전 7시 15분께부터 정상 작동됐다. 국내 증시 장 시작 직전에 가까스로 대규모 블랙아웃은 피했다.
특히 이번 전산 장애는 MTS와 HTS는 물론 웹페이지조차 조회가 안 되는 시스템 전방위 오류를 초래했다. 이번 사태는 전력 공급 불안정에서 출발했다고 한국투자증권은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80년 만에 최악인 침수 영향이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인터넷에서는 침수된 한국투자증권 사진이 공유되는 등 침수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글이 넘쳐났다.
한국투자증권에서 발생한 침수는 서버, 전산실과 무관한 5층에 국한된 것이었다. 호텔용으로 지었던 위층 야외 테라스에서 빗물이 넘쳐흐르면서 문제가 됐다. 침수는 전산 장애 이후인 밤 8~9시께 집중돼 사실상 무관하다. 그러나 전산 장애의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국내 증시 정규장 마감 이후 발생한 전산 장애가 밤새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해졌다. 전일 오후부터 해외주식 피드(FEED)를 비롯해 모의투자 등에서 접속이 이뤄지지 않자 투자자들은 홍콩 등 글로벌 시세를 확인하지 못했다. 미국 증시 개장 이후에도 접속이 안 돼 서학 개미들은 보유한 미국 주식을 팔 수 없었다. 향후 투자자들과의 분쟁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성실하고 신속하게 조치하고 끝까지 책임지고, 다시는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해 공모주 열풍을 타고 한국투자증권 MTS가 먹통이 됐던 전례가 있어 투자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작년 8월 6일 카카오뱅크 신규 상장 첫날 엄청난 손바뀜이 일어났고, 한국투자증권 MTS는 개장 1시간 30분이 지나도록 로그인이 원활치 않았다.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사인 KB증권 다음으로 일반 투자자 청약 물량을 많이 받을 정도로, 기업공개(IPO) 당시 상당한 역할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조금 느리더라도 원칙을 지키는 데 주력하는 한국금융지주의 주력 자회사다. 1분기 실적이 공개됐을 때 채권 북 계정이 큰 데도 운용손실이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의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역시 '관리의 한투'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2분기 한국투자증권은 채권운용손실 등으로 엄청난 어닝쇼크를 냈다.
한국투자증권 2분기 순이익은 795억원으로, 69.3% 급감했다. 운용손익이 전분기보다 2천300억원이나 줄었기 때문인데, 한국투자증권의 별도 기준 운용 수익은 -87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금리 급등에 따른 채권평가손실이 약 1천억원 반영됐고, 증권이 발행한 6억달러 규모의 외화채에서 환율 상승에 따른 환 손실도 335억원 인식됐다. 미국과 홍콩 등의 현지법인에 4억 달러를 증자하기 위해 작년 하반기 발행한 외화채를 한국투자증권은 부채로 인식하고 있다. 수익 증권 등 투자자산 평가 손실도 약 300억원에 달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운용손실을 내놓자 증권사들 사이에서는 여러 말들이 오갔다. 업계 예상보다 운용 손실 규모가 너무 큰 것으로 나와 이전 회계처리까지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형사답지 않게 우왕좌왕하는 전산 사고 대응을 보고 과거 이슈까지 소환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 2분기 운용실적과 관련해 이슈가 많았다"며 "공매도 제한 위반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도 한국투자증권이 제일 많이 지목됐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말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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