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수요 줄어도…초장기 국고채 강했던 이유
2022-12-14 한종화 기자
장기적인 시계열로 볼 때 외국인의 초장기 국고채 투자는 전반적인 증가 추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차이나 런' 등 이슈에 우리나라 채권시장이 대체 시장으로 떠오른 영향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14일 연합인포맥스 투자주체별 종합화면(화면번호 4255)에 따르면 외국인의 초장기 국고채 순매수는 2019년부터 4분기 이후 전반적인 증가세를 보이다가 올해 2분기 정점을 찍고 이후에는 순매수세가 감소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외국인의 순매수 흐름과 국고채 10-30년 스프레드는 상당히 대칭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외국인이 초장기를 많이 사면 국고 30년이 강해지면서 10-30년 구간이 플래트닝 흐름을 보였고, 외국인의 순매수가 줄어들자 스티프닝이 나타나면서 초장기물 금리 역전이 풀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올해 3분기에는 외국인의 순매수가 줄었는데도 10-30년 스프레드 역전폭이 확대했지만 이 시기 국고 30년물의 발행물량도 줄어든 사정을 감안할 수 있다.
초장기물 수요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여전히 보험사다. 다만 외국인의 투자 금액이 증가하면서 초장기 금리의 움직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2021년 상반기 보험사의 초장기 국채 순매수 규모는 외국인의 9~10배 수준이었지만 올해 3분기에는 2배 정도로 줄었고, 4분기에는 외국인의 순매수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초장기 국고채 시장에서는 증권사가 한 방향에 베팅하면서 커브 움직임에 영향을 줬던 사례도 있다. 다만 증권사의 거래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인 추세를 증권사 간 공방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초장기 국채 투자에 투자하는 외국인은 국부펀드나 해외 연기금 등 장기 투자기관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단기 차익을 노리고 진입하는 국채선물 시장이나 단기 채권시장의 외국인과는 성격이 다른 투자자들이다.
실제로 작년 우리나라 국고채 시장에서 철수했던 노르웨이국부펀드는 투자를 재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르웨이국부펀드의 상반기 리포트를 보면 우리나라 국고채 투자 금액은 213억6천600만 크로네(2조8천400억 원)로 집계됐다. 2021년 원화 채권 투자 비중을 0.0%로 줄이면서 투자를 한 번 정리했다가 올해 다시 매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외국인 초장기 투자자의 큰 부분은 중국계 자금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국채 보유를 줄이는 중국 자금이 대안 시장으로 우리나라 채권 투자를 늘렸을 가능성이 있다. 또 중국에 투자하려던 자금이 정부 규제를 피해 '차이나 런' 성격으로 우리나라에 유입했을 것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차이나 런' 얘기가 나오면서 중국 시장의 대체로 우리나라에 유입하는 자금들이 꽤 있다"며 "또 중국이 미 국채 보유 비중을 줄여왔는데, 대안으로 투자할 때 경제적 중요도 등을 따져 한국 투자 비중을 높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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