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 10대 뉴스] 주주자본주의·불명예 퇴진…'좋고 나빴다'

2022-12-16     정필중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기자 = 올해 운용업계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주주자본주의 실현에 성공한 운용사들도 있었다면, 불명예 퇴진했던 운용사 대표도 있어 운용업계 명암이 동시에 드러났던 한 해였다.

ETF뿐만 아니라 OCIO 등 퇴직연금 시장이 열리면서 운용업계는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한국거래소 황소상
[한국거래소 제공]



◇순자산 80조 넘은 ETF 시장

증시 하락세 속에서도 ETF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연합인포맥스 ETF 기간등락(화면번호 7107)에 따르면 전체 ETF 순자산 총액은 80조9천12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6조 원가량 늘어났다. 현재까지 총 663개의 ETF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베스트셀러인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 ETF에 이어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ETF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 ETF의 순자산도 각각 3조 원을 웃돌면서 ETF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

ETF 시장은 미래에셋운용과 삼성운용으로 양분됐다. 현재 기준 점유율은 각각 38%, 42%를 기록하고 있다.

◇주주자본주의 실현했던 행동주의 펀드

울 해 운용사들이 적극적으로 회사 경영 및 결정에 개입해 주주가치를 제고했다.

최근 태광산업이 흥국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태광산업의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흥국생명의 지분을 갖지 않은 태광산업이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건 주주 희생을 강요하는 결정이라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트러스톤운용이 효력정지가처분 등 법적 조치를 예고하자, 태광산업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역시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의 주주로서 라이크기획과의 라이선스 계약을 종료하라고 요구했고, 에스엠은 올 연말 계약 종료의 뜻을 밝혔다.

라이크기획은 에스엠 설립자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로, 그간 프로듀싱 명목으로 수백억 원 이상을 받아 '일감 몰아주기'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투자 구루'들의 씁쓸한 퇴장

가치투자 전도사로 알려진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지난 6월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금융감독원이 메리츠운용의 사모펀드 운용 내역을 살펴보다, 펀드 투자 대상에 존 리 전 대표의 배우자가 주주로 있던 업체의 상품도 포함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의를 표한 셈이다.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역시 지난 7월 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작년 11월 금감원이 에셋플러스운용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하다 강 전 회장의 자기매매 정황을 포착했다.

금융당국은 강 전 회장에 제재를 부과하는 절차를 밟다 결정을 잠시 보류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비 시장주의적 행보라기보다는 기준을 좀 더 명확하게 하는 조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무한경쟁 OCIO 시장

지난 4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근퇴법) 시행령 개정안이 도입되면서 외부위탁운용사업자(OCIO) 시장 내 경쟁이 본격화됐다.

근퇴법 개정안 도입으로 기업에는 ▲적립금운용위원회 설치 ▲최소적립금 등의 의무가 부여된다. 적립 퇴직금이 적은 기업의 경우, 효율적으로 적립금을 쌓으려면 운용 수익률을 높일 수밖에 없다.

각 운용사는 OCIO 공모 펀드를 마련하면서 민간 OCIO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미래에셋그룹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공적기금 내 경쟁은 치열해졌다.

미래에셋운용은 작년에 연기금투자풀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은 주택도시기금 OCIO로 선정되는 등 그룹 차원에서 사업을 확대하자 삼성운용과 양분해왔던 '신사협정'이 깨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채권 ETF에도 만기가 도래한다

지난 11월 만기도래형 채권 ETF가 도입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전까지는 채권형 ETF에 투자해도 원금을 보장받지 못했는데, 만기도래형 채권 ETF로 다양한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첫 상장일에 삼성운용은 은행채, 미래에셋운용과 KB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회사채를 담은 만기도래형 ETF를 각각 선보였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국고채에 투자하는 만기도래형 ETF로 차별화를 도모했다.

상장된 지 약 3주 만에 만기도래형 채권 ETF 시장은 1조 원대로 성장했다. 그 중 삼성운용의 KODEX 23-12 은행채(AA+이상)액티브 ETF 순자산은 3천615억 원을 기록하며 가장 큰 규모를 나타냈다.

◇국내 넘어 해외와 맞붙는 'TIGER'

미래에셋운용의 전 세계 ETF 운용규모가 100조 원을 돌파했다.

이는 국내 ETF 시장 순자산총액인 80조 원보다 큰 수준으로,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한국, 미국, 캐나다, 홍콩, 일본 등 10개국에서 ETF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최초로 홍콩거래소에 ETF를 상장한 미래에셋운용은 캐나다 'Horizons(호라이즌스) ETFs'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2018년에는 미국 운용사 'Global X(글로벌엑스)'를 인수해 다양한 테마형 ETF를 공급하며 경쟁력을 갖췄다. 가장 큰 규모로 운용하는 법인 역시 Global X다.

올해는 호주 ETF 운용사 Securities(시큐리티스)를 인수하며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 수익을 다시 해외로 재투자해 외연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운용자산 100조' 기록한 신한운용

신한자산운용이 운용자산(AUM) 100조 원 시대를 열었다.

신한운용은 신한라이프의 40조 원 운용자산을 위탁운용하면서 AUM 기준 국내 4위 운용사로 발돋움했다.

신한운용은 신한라이프 자산을 이관받으면서 운용 관련 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썼다. 신한라이프 소속 12명의 운용역을 수혈받았고, LDI본부를 대표 직속으로 신설했다.

신한운용은 보험사 자금을 운용하는 타 운용사와 비슷한 환경을 조성하면서 본격적인 운용 경쟁에 나서는 모습이다.

◇외부 인재 영입에 적극적인 한투·삼성운용

인재를 적극 영입하는 운용사들도 있었다. 한투운용과 삼성운용이 그 예다.

'ETF의 아버지' 배재규 한투운용 대표는 디지털ETF마케팅본부와 솔루션운용본부를 신설하며 조직개편에 나섰다.

각 본부장으로는 김찬영 전 프리미어파트너스 이사와 박희운 전 KB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이 맡게 됐다. 김찬영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은 다양한 채널로 회사와 상품을 알린다면, 박희운 솔루션운용본부장은 자산배분솔루션 개발 및 마케팅에 집중한다.

삼성운용은 김영준 전 홍콩 릭소자산운용 헤드를 영입했다. 김영준 상무는 삼성운용 내에서 글로벌ETF총괄을 맡다가 최근 ETF사업부문장으로 임명됐다.

김영준 상무가 삼성운용 내 ETF 사업 전반을 총괄하면서 삼성운용의 글로벌 사업 역시 탄력받을 전망이다.

◇혹한기 겪는 운용업계…순익 내리막길

증시 부진 및 경기 둔화 여파가 운용업계까지 미쳤다. 올해 자산운용사들이 거둔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전부 하락세를 나타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분기 전체 운용사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42%가량 감소했다. 1분기와 2분기 순익 역시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72% 줄었다.

특히 2분기 적자회사 비율은 61%에 달했다. 3분기 역시 전체의 54%가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사모운용사의 자본잠식 비율은 3분기 기준 31%까지 증가했다.

고물가로 각국이 고강도 긴축 정책을 펼치면서 올해 운용환경은 열악했다.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의지를 내비쳤듯, 현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스무 살 된 KODEX

올해 삼성운용의 KODEX 브랜드가 20주년을 맞이했다.

42%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ETF 시장을 이끌었던 KODEX는 브랜드 리뉴얼과 더불어 새 비전을 알렸다.

지난 10월 삼성운용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10년 후 ETF 시장을 300조 원까지 성장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향후 성장전략으로 삼성운용은 글로벌, 액티브, 채권, 자산 배분을 제시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해외투자 ETF 상품 공급을 확대하고, 액티브 ETF로 우수 상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채권형 ETF로 외연 확장에 나서는가 하면, 자산 배분형 ETF로 투자 솔루션을 제공할 방침이다.

joongj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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