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11개 기업 단순투자로 하향조정…주주활동 숨고르기
효성·롯데칠성음료·CJ 등…올해 주총선 반대표 행사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국민연금공단이 12월 들어 보유 주식의 투자목적을 대거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투자는 일반투자와 달리 경영권에 참여하지 않는 단계로 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활동을 강화할 사유가 해소됐다는 의미다.
20일 국민연금이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16일 총 6개의 기업에 대해 지분 투자 목적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지난 1일 5개 기업의 지분 투자 목적을 단순 투자로 전환한 것까지 포함하면 이달에만 11개 기업의 투자 목적이 하향 조정된 것이다.
이번 달 국민연금이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로 조정한 기업은 ▲동아쏘시오홀딩스 ▲효성 ▲롯데칠성음료 ▲LS ▲동아에스티 ▲신세계푸드 ▲CJ ▲금호석유화학 ▲아이에스동서 ▲GS건설 ▲한국콜마까지 11곳이다.
일반투자는 단순투자와 달리 정관변경, 보수 산정, 배당 확대, 임원 위법행위에 대한 해임 청구권 행사 등을 요구할 수 있어 경영권에 참여할 수 있는 단계다.
자본시장법상 기관투자자가 기업 지분을 보유하는 목적은 단순투자와 일반투자, 경영참여 등 3단계로 구분되는데 단순투자 단계에선 이런 활동을 할 수 없다.
국민연금이 이들 11개 기업의 지분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로 변경했다는 것은 당장 경영권에 개입할 만큼 우려되는 사안은 해소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민연금은 앞서 지난달에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주식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상향 조정했는데,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검찰 압수수색도 벌어진 데 따른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문제 사안이 해소되면 국민연금은 통상 수탁자책임위원회 논의를 거쳐 지분 투자 목적을 변경한다.
이번 달 투자목적이 변경된 기업들은 대체로 국민연금이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대거 반대표를 던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효성의 경우 3월 주총에 조현준 효성 회장과 조현상 효성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올라왔는데 국민연금은 횡령·배임 등 기업가치 훼손 이력이 있고 과도한 겸임 문제도 있다며 반대하고 나선 바 있다.
국민연금은 롯데칠성음료에 대해서도 3월 주총에서 4건의 이사선임 안건과 2건의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대해 모두 반대했다. 안건에 오른 후보들이 모두 롯데칠성음료나 계열사에 재직할 때 명백하게 기업가치를 훼손했거나 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대해 감시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LS와 GS건설의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은 각각 사내이사와 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하기도 했다. CJ와 아이에스동서, 한국콜마는 국민연금이 정관변경 안건을 문제 삼았고 금호석유화학에 대해서도 일부 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국민연금은 반대표를 던졌다.
다만 이들 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지분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로 변경했더라도 다시 상향 조정할 가능성은 있다.
특히 효성의 경우 기업가치 훼손 이력이 있다고 판단된 경영진이 사내이사로 선임된 만큼 국민연금이 경영활동을 주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횡령 및 배임 등 기업가치 훼손 사례가 다시 불거지면 국민연금은 지분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까지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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