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판매 증권사 CEO 심판대에…금융위, 1년 만에 심리 재개
2023-01-18 정지서 기자
소위원회서 정영채·박정림·양홍석 등 현직 사장단 제재 논의
최근 대법원이 금감원의 제재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금융위가 내부통제와 관련한 CEO 제재를 두고 입장 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오랜 시간 사모펀드 사태로 속앓이를 해온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박정림 KB증권 사장,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 등 현직 증권사 CEO에 대한 제재 절차도 조만간 마침표를 찍게 됐다.
18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 안건검토를 위한 사전 소위원회를 열어 그동안 보류해온 사모펀드 관련 증권사 CEO 제재안에 대한 심리를 재개하기로 했다.
그간 금융위는 사모펀드 판매사에 대한 제재를 '투트랙'으로 진행해왔다. 부당권유 금지의무 위반, 위법 거래 은폐목적의 부정한 방법 사용금지 위반 등 자본시장법에 따른 제재 사항을 우선 들여다보고, 지배구조법에 기반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 사항을 따로 심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21년 11월에 열린 정례회의에서는 라임펀드를 판매한 신한투자증권과 KB증권, 대신증권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업무 일부 정지와 과태료 부과 등의 중징계가 결정됐다. 일부 관련 임직원들도 징계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지배구조법에 따라 징계 수위가 확정되는 CEO에 대한 제재는 사실상 1년 가까이 보류 중이었다. 사모펀드 판매사에 대한 기관 제재에 대해선 다툼의 여지가 덜했지만, CEO의 도의적 책임 여부 제재에 대해선 논란이 컸기 때문이다.
당시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 체제에서 소비자 보호를 내세워 증권사 등 금융회사 CEO에 대한 무더기 제재가 이어지면서 반발도 거셌다. 지배구조법상 CEO에게 감독의 행위 책임을 물은 금감원과 법상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는 금융회사 간 논리 싸움도 치열했다.
특히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이 금융당국의 제재에 대해 소송전에 나서면서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기 전에 금융위가 CEO 제재에 대한 최종심을 내리기엔 부담이 컸다.
금융회사 임원 제재 수위(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에서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현재 임기를 마친 향후 3∼5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게다가 CEO 제재는 해당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 파장이 만만찮다.
이에 금융위는 CEO 제재와 관련한 안건 심리에 앞서 사법부 판단에 대한 다양한 사례 분석과 법리적 검토를 하고자 관련 제재를 '투트랙'으로 진행했다.
금융위가 14개월여 만에 심리 재개에 나선 것은 최근 대법원의 판결이 금융사 CEO에 대한 제재 근거의 방향성을 제시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제기한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한 소송에서 피고인 금감원의 상고를 기각했다. 당시 대법원은 현행 법령상 금융사의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에 대해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봤다. 무엇보다 내부통제기준의 실효성이 없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손 회장 등을 내부통제기준 자체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사유로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해석했다.
현재 증권사 현직 사장단 중 사모펀드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CEO는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과 박정림 KB증권, 그리고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등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법원판결 이후 사모펀드 등 후속 사건들에 대한 심리를 재개한다"며 "증권사 CEO 제재와 관련한 입장정리가 소위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7시 36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