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서울환시 수급 지형 관전포인트는
2023-01-26 노요빈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속도조절 기대로 이른바 달러 초강세를 일컫는 '킹달러' 시대는 저물었다. 그 사이로 주요 수급 주체들 움직임이 본격화해 달러-원 환율 향방을 좌우할지 주목된다.
최근 외국인 자금은 국내 코스피로 빠르게 유입하면서 커스터디 매도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올해도 계속되는 무역적자로 수입업체 결제는 이를 상쇄하는 매수 요인으로 맞서고 있다.
◇ 코로나 이후 외국인 증시 돌아올까…美긴축 종료 기대
26일 서울환시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이 1,230원대로 내려오는 와중에 외국인의 국내 증시 순매수 흐름이 이어졌다. 외인은 올해 들어 5조 원 넘게 코스피를 샀다.
작년부터 가파르던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이 25bp로 점진적 축소할 거란 기대감이 국내 위험자산으로 자금 유입을 이끌었다.
연고점 이후 급격한 레벨 하락에 네고 물량이 고점 인식 차원에서 유입했다면, 외인의 커스터디 매도세는 무거운 환율 움직임을 가능케 했다.
재작년 3월 코로나19 발발 이후 외인은 코스피를 대거 팔아치웠다. 지난해 6월까지 누적 순매도는 60조 원에 이르렀다. 이후엔 순매수로 전환하며 약 49조 원으로 순매도 규모를 축소했다.
코로나 위기로 촉발된 연준의 긴축 국면에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간 외인 자금 규모를 고려하면, 추세적으로 자금 유입이 이어질 여지가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A은행의 한 딜러는 "최근 외국인 자금이 코스피에 1천억~2천억이 아닌 7천억~8천억 원씩 들어오는 걸 보면, 신흥시장 쪽으로 재투자가 되는 구조적인 변화가 시작될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달러-원이 오를 만한 재료가 없다"며 "지난 2020년부터 외국인이 판 금액의 일부만 들어온다고 해도 환율이 조금 내려갈 확률이 커 보인다"고 했다.
다만 증시 자금의 유입과 반대로 외인의 채권 순투자는 축소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금감원 외국인 잔고(화면번호 4576)에 따르면 외국인은 223조 원가량 원화채를 보유하고 있다. 연초(228조5천억 원) 대비 5조 넘게 감소한 것이다.
◇ 새해 벌써 100억弗 무역적자…'깜깜이' 연금 수요도 부담
글로벌 달러 약세에도 달러-원 하단을 받치는 건 탄탄한 결제 수요로 파악된다.
약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1,230원대 부근에서는 수입업체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무역수지도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달 20일까지 무역적자는 같은 기간 역대 최대인 102억6천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대중무역 부진과 반도체 경기 악화로 작년 3월 이후 11개월째 적자가 유력하다.
B은행의 한 딜러는 "전반적으로 1,230원대에 결제가 많아 하단을 지지했다"며 "업체들은 단기 저점을 이 정도로 보고, 주문이 들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C은행의 한 딜러는 "최근 1,230원 하향 시도가 쉽지 않다"며 "결제가 호가마다 들어와서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입업체의 달러 수요가 공급보다 우위인 국면에서 국민연금과 같은 대규모로 달러를 조달하는 기관의 움직임도 잠재적 변수로 거론된다.
꾸준하게 해외자산 투자 비중을 늘리기 위한 달러 조달이 시작하면, 달러-원에 하방경직은 불가피하다. 아직 연초 연금의 달러 매수는 많지 않은 걸로 전해진다.
A딜러는 "시장은 누구나 달러 약세를 보고 있다"며 "만약 여기서 연금과 같은 주체 매수세가 끝까지 하락을 제한하면 강달러 재료에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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