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가스비 줄줄이 인상에…연금개혁 우려 커진다

2023-01-30     진정호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국민연금이 제5차 재정추계 시산결과를 발표하며 연금 개혁을 위한 준비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지만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금개혁의 가장 큰 부분은 보험료율 인상 여부인데 가뜩이나 가스비 등 생활비 물가가 치솟은 데다 건강보험료 등의 인상도 앞둔 상황에서 국민연금 보험료까지 올리면 국민 저항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지난 27일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결과를 발표했다.

추계위는 연금개혁이 지연됨에 따라 제4차 재정계산 때보다 필요 보험료율이 올라간 것으로 파악했다. 적립기금 규모에 따른 목표 시나리오별 필요 보험료율은 제4차 재정계산 대비 약 1.66%~1.84%포인트 증가했는데 보험료율을 올리는 시기가 늦춰질수록 국민 부담도 더 가중되는 구조다.

추계위는 "국민연금은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향후 20여년은 지출보다 수입이 많겠지만 저출산·고령화의 심화,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2041년부터 수지적자가 발생, 2055년이면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재정 안정화를 위한 다양한 재정목표를 제시했다. 보험료율 조정만으로 재정목표를 달성할 경우 필요한 보험료율 수준 역시 선보였다.

논의의 핵심은 현재 9%인 보험료율과 40%대 초반인 명목 소득대체율을 어느 정도로 조정할 것인지 사회적으로 합의하는 데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는 제5차 시산결과가 나온 이후 지난 주말 국민연금 개혁 초안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방안을 검토했다. 두 가지 안은 소득대체율 문제에선 의견이 갈렸지만, 보험료율은 15%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국회 연금특위는 자문위의 기초 개혁안을 바탕으로 개혁안을 만드는 만큼 보험료율을 15%로 인상하는 방안은 국회에서도 유력하게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작년 말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보험료율을 21.33%까지 올려야 한다는 전망을 하기도 했지만 인상폭이 너무 크다는 의견도 많아 15% 선을 기준으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보험료율 15%마저도 현재 국민들에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가스비 등 공공요금이 잇달아 가파르게 인상되고 있는 데다 올해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어 정부가 국민연금 보험료율까지 올리면 역풍이 강하게 불 것이라는 우려가 국민연금공단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가스공사가 지난 29일 국회에 제출한 요금 인상 요인 자료를 보면 가스공사는 작년 말까지 누적된 미수금 9조원을 연내 모두 회수하기 위해 2분기부터 메가줄(MJ)당 39원의 가스비를 인상해야 한다. 이달 1일 기준 서울시 주택용 가스 소매요금이 MJ당 19.69원인 것을 고려하면 현재 요금의 3배인 58.69원까지 인상돼야 한다는 의미다.

전기료도 문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작년 말 국회에 '2023년 1킬로와트(㎾h)당 51.6원 인상'을 골자로 한 한국전력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단계적으로 반영하기로 하고 이달 들어 우선 전체 필요분의 25%가량인 13.1원 인상을 단행했다. 나머지 38.5원은 올해 말까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대중교통비도 국민들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4월 버스비와 지하철비를 8년 만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계획대로라면 한 달 교통비가 최대 2만4천원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하면서 건강보험료도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올해 건강보험 수지가 1조4천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는데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선 건보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국민연금 전문위원회 관계자는 "연금개혁이 순탄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엔 솔직히 회의적"이라며 "연금개혁이 더는 늦춰져서는 안 되는 이 시기에 하필 물가 상승 압력이 너무 강하다는 점이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필수 생계비 지출이 단기간에 급격히 늘어난 상황에서 당장 고갈될 것도 아닌 국민연금의 보험료율마저 올리자고 한다면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정부 연금개혁안이 10월에 나올 예정인데 그때가 되면 이미 내년 4월의 총선 영향권에 들어서기 때문에 또다시 공회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위 관계자도 "특히 생계와 관련한 필수재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악재"라며 "연금개혁이 몇 년간 미뤄졌는데 지금은 또 시기가 좋지 않고 내년 총선에서 정부와 여당은 국민들의 표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모수 개혁은 진행되더라도 총선이 끝나고 인플레이션이 잦아들거나 둔감해진 이후에나 가능하겠지만 그때가 되면 동력을 상실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기금운용 개혁안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금개혁특위 자문위는 오는 31일 국회에 개혁 초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국회 연금개혁특위는 4월까지, 정부는 10월까지 최종안을 만들 계획이다.
 

국민연금 전주 본관 전경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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