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 릴레이②] '대체투자·연금 선점 역사' 미래에셋 류경식 전무
적립식에서 연금으로 머니 무브…"공모펀드 해답은 연금에"
[※편집자 주 = 금융당국이 침체한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에 나섰습니다. 한때 '국민 재테크'로 부상했던 공모펀드 시장이 오랜 침체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가운데재부흥의 활로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연합인포맥스는 공모펀드 키맨을 찾아 시장이 직면한 상황과 대응책, 하우스별 전략 등을 정리했습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펀드시장의 역사를 만들어온 대표 하우스로 꼽힌다. 과거 채권형 펀드 중심이었던 국내 시장에 최초의 뮤추얼펀드 '박현주 펀드'로 주식형 펀드 시대를 열었고 이후 적립식 공모펀드로 국민 재테크 붐을 가져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제 연금시장에서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적립식에서 연금 펀드로의 전환점에는 류경식 WM 연금마케팅부문 대표(전무)가 있다. 그는 자산 배분을 통한 운용 역량 등을 강조하면서 성공적인 장기투자 경험으로 고객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차세대 중심지는 '연금'…자산 배분으로 경쟁력
류경식 전무는 17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적립식 펀드 붐을 일으킨 후 새롭게 주목한 곳은 연금이었다"며 "투자 상품은 돈이 움직이는 머니 무브에 맞춰 갈 수밖에 없는데 과거 국민연금, 연금보험 정도밖에 없는 시장을 보며 연금을 투자 분야로 확대해나가자는 게 연금 마케팅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침체한 공모펀드 회복의 해답을 연금시장에서 엿본 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행보는 발 빨랐다. 금융투자 업계가 지난해 도입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에 발맞춰 연금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것과 달리 2005년 본격 도입된 퇴직연금제도 등을 주목해 움직임에 나섰다.
류 전무는 과거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에서 대체투자 등과 관련한 마케팅을 담당했다. 이후 미래에셋자산운용과의 합병으로 이곳에서 적립식 펀드와 연금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비교적 일찍 연금 시장으로의 확대를 꾀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 분야에서 가장 오랜 기간 업력을 쌓아온 셈이다.
그는 "공모펀드 시대를 풍미한 대표 상품들은 지금 투자자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며 "하지만 새로운 상품과 별개로 운용사가 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관리하고 있단 걸 보이는 것 또한 고객들의 신뢰를 얻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펀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전 세계에서 매력적인 투자 대상을 발굴하겠다는 취지로 2007년 인사이트펀드를 출시했다. 당시 급성장하던 중국에 집중해 단일펀드 최대 규모라는 명성을 쌓았다.
하지만 인사이트펀드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피해 가지 못했다.
그는 "투자자들의 관심은 사라졌지만,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등 달라진 시장 분위기에 대응해 수익률 관리를 이어갔다"며 "3천억 원까지 떨어졌던 펀드 규모가 최근 8천억 원 수준까지 회복한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그런 그가 새롭게 주목하는 건 자산 배분형이다. 생애주기에 맞춘 타깃데이트펀드(TDF)와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 등을 겨냥한 타깃인컴펀드(TIF), 고객의 운용 성향에 맞춘 타깃리스크펀드(TRF) 등이 대상이다.
류 전무는 "공모펀드가 어려워진 배경을 살펴보면 주식형 등 변동성이 큰 상품이었다는 점"이라며 "변동성을 줄여 장기투자가 가능하도록 채권과 주식 이외에도 대체투자와 리츠,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을 효과적으로 배분하는 전략으로 성과가 차별화된 상품을 제공하고 이러한 투자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내다봤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도전적인 투자 경험은 이를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다.
자산 배분형의 경우 다양한 투자처를 커버해야 한다는 점에서 준비 기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그동안 해외 및 대체투자 시장 등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게 완성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단기·고수익 시대도 펀드로…장기투자 지원해야
디지털 기술 발전과 함께 직접투자의 기회가 많아진 점은 공모펀드 시장 참여자로서 그가 고민하는 지점 중 하나다.
그는 "어디서든 정보를 볼 수 있는 데다 해외 투자가 가능해지고 코인이라는 대체 자산 등도 등장하면서 단기 투자·고수익 추구의 형태가 강해졌다"며 "공모펀드가 경쟁력을 보이기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는 방식으로 이에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출시한 '미래에셋글로벌PE&VC'는 이러한 고민이 반영된 대표적인 상품이다. 일반 개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글로벌 사모펀드(PE)와 벤처투자회사(VC) 등에 투자한다는 새 컨셉으로 단기·고수익 투자자를 겨냥했다.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장기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주식형 상품 등에 세제 혜택을 부여했으나 손실이 커질 경우 관련 수혜 효과는커녕 투자자의 신뢰를 잃는 사태로 이어졌다"며 "성공적인 투자 경험이 있어야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적어도 3~5년 이상의 장기투자,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자산 분산형 등에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면 공모펀드 시장에 신뢰가 쌓이고 분위기가 개선될 것"이라고 전했다.
까다로운 공모펀드 가입 절차가 등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류 전무는 "지점 등에서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1시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다"며 "공모펀드의 경우 상품 출시 전 금융당국과의 사전 심의를 거치는 데다 자산 배분형 등의 경우 비교적 안전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상품 등에 대해서는 판매 관련 제한을 완화해주는 것도 이 시장으로 관심을 돌리는 방식이 될 수 있어 보인다"고 귀띔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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