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조 움직인 한투증권 채권상품부…조달·매각·해외 조직력의 힘

2023-03-21     온다예 기자

사상 최고 실적 경신 채권상품부 "위기는 기회로…올해는 장기채권 주목해야"


 

(서울=연합인포맥스) 온다예 기자 = '33조5천830억원'.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이 기록한 숫자는 놀라웠다. 법인·개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판매한 소매채권 매각량이 33조원을 넘으면서 사상 최고 실적을 써냈다. 박상도 상무를 비롯한 채권상품부 17명이 '조직력'을 앞세워 고군분투한 결과다.
 

한국투자증권 채권상품부. (왼쪽에서 네번째 박상도 상무)
[한국투자증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1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채권상품부의 2022년 소매채권 매각 규모는 2021년보다 11조2천361억원 증가한 33조5천830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2조9천884억원에 불과했던 한국투자증권의 소매채권 매각 규모는 2019년 10조6천46억원을 기록하며 10조원을 돌파한 이후 2020년 13조5천806억원, 2021년 22억3천469억원으로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한국투자증권이 소매채권 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동원증권과 통합 출범 이후인 2006년부터였다. 업력이 오래된 증권사들이 1990년대부터 채권매매 시장에 뛰어들었던 것을 감안하면 다소 늦은 출발이었다.

박상도 채권상품부 상무는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통합한 뒤 채권을 본격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10년 이상은 늦게 시작했지만 이제 그 결실이 나타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올해로 28년째 채권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매각 목표를 잡을 땐 보수적으로 잡았는데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시장금리가 확 튀면서 리테일 채권 시장에도 기회가 찾아왔다"며 "우량등급 채권도 금리가 4% 이상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채권을 찾는 개인 투자자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채권투자 열기는 쉽게 사그라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올해 1월부터 이달 19일까지 기록한 소매채권 매각량은 벌써 8조2천억원에 달한다.

◇ "위기는 기회로…올해는 장기채권 주목해야"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만기 5년 이상의 장기 채권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 상무는 "채권시장에선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 미국 기준금리는 계속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내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향후 금리하락이 예상되는 지금 시점에선 장기채권 투자를 주목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채권 특성상 만기가 긴 채권이 단기 채권보다 금리가 높고 같은 수준으로 금리가 하락하는 경우 단기채보다는 장기채에서 얻을 수 있는 매매차익이 크다.

박 상무는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보험사 후순위채, 장기국채 등 만기가 5년 이상인 장기채권 투자를 추천한다"며 "금리가 높은 미국 국채 투자도 좋지만, 해외채권은 환율변동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나 세계적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문제 등 세계 금융시장에 잡음이 생겼지만, 박 상무는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고 내다봤다.

박 상무는 "미국·스위스 당국이 나서면서 상황은 어느 정도 진화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리스크 관리가 꾸준히 돼서 국내 금융권에서 SVB나 CS 사태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미국의 긴축 속도가 더뎌질 것이라고 보는 시장의 시각이 우세해지면서 장기채를 판매하는 입장에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금리경쟁력' 앞세운 리테일 채권…"베테랑들과 함께라면"

한국투자증권 채권상품부는 부서장인 박 상무의 휘하에 조달·매각·해외 3개 파트 16명의 부서원이 이른 아침부터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부터 전국 60여개 지점에서 오는 상담과 요청사항을 접수해 지점 영업지원을 하고 오후에는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 이상 돌아오는 만기상환에 대비해 재투자를 위한 상담과 공지작업을 주로 한다.

박 상무는 "채권업무 22년차인 홍영훈 부장, 15년차 정경선 차장 등이 파트별로 팀장 역할을 수행하고 실무를 담당하는 대리급 이상 직원들도 평균 5년 정도 근무경력을 지니고 있다"며 "채권상품부는 파트별 업무 베테랑들로 구성돼 조직력으로 승부한다"고 말했다.

채권상품부는 그동안 '금리경쟁력'을 앞세워 소매채권 판매에 힘써왔다. 신용등급이 다소 낮더라도 안정성과 만기 시 이자수익을 취할 수 있는 종목을 선별해 투자자들에게 상품을 제공한다. 과거 초저금리 상태의 시장에서도 꾸준히 매출을 늘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시장금리가 높아지면서 AAA 우량등급 취급종목을 대폭 확대해 판매 전선을 구축했다. 저등급 채권을 판매할 때는 사내 본부장급으로 이뤄진 상품선정위원회를 통해 상품 선정과 리스크관리를 다시 한번 점검한다.

박 상무는 "채권투자는 금리하락에 따른 중도매각을 통해 만기 시 투자수익률을 초과한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소매채권은 투자금액이 크지 않아 중도매각에 따른 수익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며 "소매채권 대부분은 만기상환이 이뤄져 등급하락을 걱정하기보다는 만기상환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투자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투자증권은 등급이 좋은 우량물보다는 다소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등급 채권 취급량이 타사에 비해 높은 편인데 이는 다양한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채권시장이 경색되면 낮은 등급의 채권은 거래조차 힘들 때가 많다"며 "2020년 코로나19 상황이 시작되면서 채권시장이 혼란스러웠던 시기가 있었는데 당시 자금 조달에 힘들어하던 두산그룹의 전자단기사채를 지점에서 판매해 자금 공급역할을 해줬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지난해 33조원이라는 사상 최고 실적을 써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채권상품부 직원들의 노고가 있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의 부서원이 지점에서 시작해 소매채권 영업에 강점을 보이고 있고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성장하고 있다"며 "좋은 팀워크를 이루고 있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d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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