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 릴레이④] '마라톤·고배당' '24년 신영맨' 김대환 신영운용 상무
원칙에서 탄생한 공룡펀드…"장기 투자 육성해야"
[※편집자 주 = 금융당국이 침체한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에 나섰습니다. 한때 '국민 재테크'로 부상했던 공모펀드 시장이 오랜 침체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재부흥의 활로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연합인포맥스는 공모펀드 키맨을 찾아 시장이 직면한 상황과 대응책, 하우스별 전략 등을 정리했습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설정액 1조728억 원, 신영밸류고배당펀드의 성적표는 압도적이었다. 공모펀드 침체 속에서도 공룡펀드로 이름을 올리며 신영자산운용만의 투자 철학을 빛냈다.
김대환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부문장(상무)은 24년간 신영맨으로 주식운용 이력을 쌓아온 인물이다. 가치주 투자라는 신영자산운용의 철학에 맞춰 그만의 저력을 다져왔다.
그는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에 대해 장기펀드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해야 한다면서도 운용사의 신뢰 회복 등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뚝심으로 일군 공룡펀드…가치주 투자 철학 빛났다
김대환 상무는 21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저평가·우량 가치주 투자라는 운용 철학을 기준으로 일관된 투자를 이어왔다"며 "물론 시장 상황이 저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는 시기도 있었지만 2000년대 중반 가치주·배당주 장이 오면서 대표 상품들이 인기 펀드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신영자산운용의 대표 펀드는 마라톤펀드와 밸류고배당펀드다. 두 펀드 모두 가치주 펀드의 일종으로 각각 2002년과 2003년 출시됐다. 지난 20여년간 대표적인 가치주 펀드 지위를 다져온 셈이다.
특히 밸류고배당펀드는 설정액 1조 원 이상의 공룡펀드로 자리매김해 신영자산운용의 위상을 높였다.
그는 "기준금리가 최초로 1%대에 진입하던 시기 해당 펀드가 급성장했다"며 "실질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 수준에 달하다 보니 배당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국민은행이 판매에 가세하면서 규모가 더욱 커졌다"고 분석했다.
신영자산운용의 성과는 시장 효과만은 아니다. 가치주 투자 철학을 담은 일관성 있는 상품 출시는 물론 고객과 꾸준한 소통으로 신뢰를 쌓아가는 등 이면의 노력도 상당했다.
김 상무는 "고객들은 결과만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제대로 투자했는지, 본인의 돈이 안전한지 등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위해 마케터는 물론 필요시 펀드매니저 등도 판매사 고객과의 소통의 일환으로 운용현황 설명 및 고객의 의견 취합 등에 나서왔다"고 전했다.
신영자산운용의 소통에는 대표이사부터 펀드매니저까지 온 직원이 앞장서고 있다. 2015년부터 이어온 투자자 포럼이 대표적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대면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그는 "시장 환경 등으로 운용성과가 항상 좋을 순 없다 보니 부진한 시기에도 고객과의 소통으로 고객이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영자산운용의 가치주 투자 뚝심은 경영진 면면에서도 드러난다.
김 상무는 물론 허남권 대표와 다수의 본부장이 신영자산운용에서 15년 이상 이력을 쌓으며 가치주 투자 철학을 지켜왔다. 특히 허남권 대표는 1996년 신영자산운용 탄생 당시 신영증권에서 자리를 옮긴 창립멤버다. 그는 마라톤펀드와 밸류고배당펀드 등을 직접 운용하기도 했다.
김 상무 역시 1999년 신영자산운용 입사로 업계에 발을 들인 정통 신영맨이다. 그는 리서치팀에서 출발했으나 이후 주식 운용으로 자리를 옮겨 펀드 등을 담당했다. 리서치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기업분석 등을 직접 할 수 있는 펀드매니저로 기본기를 다졌다.
◇카테고리 킬러 발돋움…장기성과 정보 보완돼야
신영자산운용의 발자취는 명확하다. 상장지수펀드(ETF), 사모펀드 등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자랑하는 대형 운용사와 달리, 장기적인 가치주·배당주 투자를 겨냥해 일종의 '카테고리 킬러'가 되겠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해외의 경우 종합자산운용사가 아닌 특색있는 뮤추얼펀드 운용사 등은 주력 펀드 몇 가지를 20~30년씩 끌고 가는 곳이 많다"며 "이처럼 마라톤·밸류고배당펀드 등이 많은 투자자에게 사랑받는 펀드가 되길 바란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 밖에도 퇴직연금 시장이 계속 커지는 점을 겨냥해 퇴직연금 배당펀드 등을 꾸준히 키워나가는 것은 물론 어린이용 주니어경제박사펀드나 우선주 펀드 등 니치 마켓 타깃의 펀드 또한 국민 누구나 믿고 맡길 수 있는 '니치가 아닌 니치'로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장기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밸류고배당펀드 역시 초기에는 비과세 혜택 등으로 '비과세고배당펀드'로 불렸으나 이러한 지원이 사라지면서 밸류고배당펀드로 바뀌었다"며 "장기펀드 투자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언급했다.
다만 결국 공모펀드의 성과가 중요한 만큼 운용업계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상무는 "세제 혜택 등이 제공되더라도 중요한 건 성과"라며 "장기적인 성과 부진으로 투자자들의 공모 펀드 외면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신뢰를 되찾기 위한 자산운용사들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기 투자를 위한 다양한 정보 제공의 필요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펀드 정보를 보면 3년 정도의 성과만 드러날 뿐 10년 이상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걱정 없이 오래 맡길 펀드가 무엇인지 등의 관점에서 판매사 등 각종 채널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인 만큼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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