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순방 중 증시엔 무슨 일이…데이터로 살펴본 주가 동향

2023-10-11     신윤우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의 역할을 자처하며 세계 각국을 방문하고 주요국 정상들과 만나는 등 경제 외교에 힘을 쏟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12차례에 걸쳐 해외 순방을 다녀왔는데, 순방 기간에 국내 증시의 일부 업종은 유독 자주 떨어지거나 반대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 스페인부터 지난달 유엔 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 뉴욕까지 약 1년 3개월 동안 총 12번의 해외 순방 일정을 소화했다.

방문 국가는 가깝게는 일본부터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시아권 국가는 물론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스위스, 리투아니아 등 북미와 유럽 국가까지 다양했다. 방문 기간 역시 짧게는 이틀부터 길게는 8일까지 각각 달랐다.

매 순방마다 윤 대통령은 외교, 안보에 중점을 두면서도 경제 사절단과 동행하고 각종 경제 일정에 참석해 증시 투자자들의 이목도 모은 것으로 평가된다.

때로는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고 방산, 원전 수출 등에 진전을 이뤄냈기 때문에 대통령의 행보가 증시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합리적인 추측이다.

연합인포맥스는 윤 대통령이 순방으로 한국을 떠난 기간에 코스피 지수와 21개 코스피 업종지수, 아울러 방산과 원전 테마주가 어떤 움직임을 보였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대다수 업종이 코스피 지수 움직임과 연동된 흐름을 보였으나 일부 업종은 유독 맥을 못 춘 것으로 파악됐다.

12번의 순방 기간 중 코스피 지수는 일곱 차례 떨어지고 다섯 번 올랐다. 특정 방향으로 쏠리는 현상은 포착되지 않았다.

다만, 코스피 지수가 일곱 번 떨어지는 동안 철강·금속 업종과 화학 업종은 아홉 번 내리막을 걸으며 더 빈번한 하락 흐름을 보였다.

윤 대통령이 순방을 떠날 때마다 유독 취약한 경향을 보인 것이다.

철강·금속 업종에는 포스코홀딩스와 고려아연, 현대제철, 삼아알미늄, 풍산 등이 포함돼있고, 화학 업종은 LG화학,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으로 구성된다.

반면 보험 업종은 코스피 지수가 일곱 번 떨어지는 동안 세 번 하락하는 데 그쳤다. 순방 기간에 코스피 지수와 비교해 오르는 모습을 더 자주 보여줬다는 뜻이다.

보험 업종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한화생명 등으로 구성된다.

순방 기간의 등락폭만 별도로 취합해 첫 순방 당시 지수 기준으로 얼마나 오르내렸는지 계산한 결과도 비슷한 결론을 내리게 해준다.

해당 기간 코스피 지수는 7% 떨어졌는데 화학 업종이 20%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고, 보험 업종이 17% 상승하며 최대 오름폭을 보였다.

화학 업종 다음으로 크게 떨어진 업종은 전기전자, 의약품 순이고, 보험 업종 다음으로 오름폭이 큰 업종은 건설업, 종이·목재 순이다.

대통령 순방 기간 중 증시 동향

 


◇ 순방 중 방산·원전 상승은 '글쎄'…최근 하락 흐름 강화

윤석열 정부가 방산, 원전 수출에 역량을 모으고 있고 윤 대통령이 순방 때마다 정상 외교를 통해 힘을 보태고 있으나 의외로 방산과 원전 테마주는 순방 기간에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12번의 순방 기간 중 방산주는 여섯 번 오르고 여섯 번 밀리며 방향성을 보이지 않았다.

원전주 역시 일곱 번 떨어지고 다섯 번 하락해 일정한 흐름이 있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방산, 원전 세일즈에 대한 기대감만큼 주가가 반응하지 않는 모습이다.

방산 테마주에는 한화,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 LIG넥스원 등이, 원전 테마주에는 두산에너빌리티, 한국전력,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등이 포함돼있다.

순방 기간 주가 흐름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지난 7월 나토 회의 참석을 위해 리투아니아를 방문하고, 뒤이어 폴란드를 공식 방문했을 때다.

당시 순방은 우크라이나 방문이 전격적으로 추가돼 8일 동안 이어졌는데 이 기간에는 코스피 지수뿐만 아니라 21개 모든 업종이 오르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후 8~9월에 이뤄진 세 차례의 순방 기간에는 코스피 지수와 15~19개 업종이 내리막을 걸으며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최근 들어 하락세가 거세지는 흐름인데 코스피 지수가 8월초 연고점을 찍고 내리막을 걷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윤 대통령 순방 기간 중 눈에 띄게 추락한 업종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 4월 미국 국빈 방문 당시 전기·가스 업종은 5일 만에 17% 급락했다.

이때 나타난 가파른 하락세는 SG증권 사태로 폭락한 종목인 삼천리와 서울가스가 이 업종에 포함된 결과다.

SG증권 사태는 특정 세력의 대량 매도로 촉발됐으므로 순방과는 관련이 없는 하락세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증시는 수많은 변수가 작용해 움직이므로 대통령의 순방과 주가 동향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듯' 특정한 패턴의 관찰도 우연의 산물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우연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닌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는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과 코스피 지수 움직임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챗GPT는 "증시 움직임은 기업 실적, 금리 변동, 경제 지표, 국제 사건, 정치적 상황, 외국 투자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며 "관련성이 있을 수 있지만 다른 요인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유엔총회 기조연설
(뉴욕=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3.9.21 kane@yna.co.kr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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