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CFO가 말한다] 신한투자증권 이희동
체질 개선 집중…해외 대체투자 추가 충당금 제한적일 것
장기조달 확대…올해 회사채 9천500억원 발행
예상치 못한 지각변동은 아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초부터 전략기획과 IB 경력을 고루 갖춘 이희동 전략기획그룹장(상무)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하는 등 IB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전략은 적확했다. 신한투자증권의 환골탈태를 위한 체질개선 작업을 시작한 이희동 상무는 올해에도 그 기조를 유지하며 내실을 더욱 탄탄히 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내실 다지는 신한투자증권…충당금·평가손실 부담 최대한 덜어냈다
이희동 신한투자증권 전략기획그룹장(상무)은 23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목표 수익은 보수적인 관점에서 세후 3천억원 후반대로 잡았다"며 "수익을 극대화하기보단 내실을 탄탄히 하고 근육을 키우는 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971년생인 이 상무는 중동고와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97년 신한투자증권에서 증권맨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20여년의 증권맨 생활 중 절반은 경영·전략기획에서, 나머지 절반은 IB에서 쌓은 '반(半) 전략통·반 IB맨'이다.
지난해 신한투자증권은 해외 대체투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젠투펀드,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관련 충당금 및 평가손실을 보수적으로 처리했다.
이 상무는 "작년 내부적으로 브릿지론은 원칙적으로 중단했고 올해도 그 기조는 유지하면서 기존 브릿지론을 본PF로 전환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해외 대체투자에 대해서는 기존 투자 건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부서인 '전략자산관리부'를 작년 초 별도로 신설해서 관리하고 있고, 신규 집행보다는 에너지와 인프라 자산 중심으로 성공적인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 결과 올해에는 실적을 깎아 먹는 충당금 및 평가손실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 상무는 "해외 대체투자는 작년 결산하면서 전수조사에 가깝게 자산들을 살펴본 뒤 부실화 가능성 있는 자산들에 대한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쌓아놓은 측면이 있다"며 "예상외 리스크가 발견되면 다를 수 있지만, 환입 가능성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충당금이나 평가손실이 나올 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 대체투자 가운데 문제가 되는 오피스 자산은 단 2천억원에 그치며 그 외 코로나19 해소되며 자산가치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는 호텔, 물류센터, 항공기, 에너지, 인프라 등으로 다양하게 분산돼있다"고 부연했다.
젠투펀드 사적 화해 포함 고객상품 관련 충당금에 대해서는 "올해 1천400억원 후반대로 발생했는데, 대형 상품은 조치를 모두 완료해 추가적인 충당금은 금액상으로 크지 않다"며 "PBS 내 기초자산의 자산가치 변화로 인한 충당금은 예측 어렵지만 보수적으로 봤을 때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PF 시장은 올해도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 건설비 상승, 고금리가 이어진다면 시간을 끌수록 정상 자산도 부실화될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IB 신흥강자로 우뚝…WM도 경쟁력 높인다
이 상무가 꾸려나가는 신한투자증권은 IB 강자의 면모를 갖춰나가는 중이다.
그는 "ECM·DCM 등 전통자산 부문은 작년에 성과가 굉장히 좋았고 지금도 꾸준히 성장하며 양호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며 "부동산·인수금융 등 부문에서는 아쉬운 실적을 보였으나, 인수금융 부문은 올해 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리파이낸싱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가장 기대되는 부문으로는 자산관리(WM)를 꼽았다.
이 상무는 "올해 최우선 집중 영업 상품군으로는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를 꼽았다"며 "고객의 해외자산 포트폴리오를 늘려주는 작업과 채권과 ETF 하면 신한투자증권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자는 목표의 출발점을 올해로 잡았다"고 강조했다.
해외법인들도 새로운 시도를 이어간다.
홍콩 현지법인은 양방향 신디케이션을 도전한다. 기존에는 해외 인수금융 딜을 국내에서 소화하는 업무를 수행했는데, 앞으로는 해외 인수금융 딜 뿐만 아니라 국내 인수금융 딜도 해외에서 소화하는 방식이다.
투자은행(IB) 모델로 출발한 베트남 현지법인은 2~3년 전부터 리테일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있다. 현지에서 외국계 증권사 3위 안으로 올라가는 게 목표다.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은 기존 IB 업무를 동남아시아 시장 내에서 소화할 수 있는 펀드 비즈니스로 확장할 계획이다. 미국 현지법인은 새로운 비즈니스 개척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이 상무는 "체질개선이 이루어지고 나면 최우선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은 글로벌"이라며 "금융은 전 세계 24시간 돌면서 국가 부를 키워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조달 확대…올해 회사채 9천500억원 발행
자금조달은 장기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계획하고 있다. 올해 만기 돌아오는 6천억원어치를 포함해 총 9천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 상무는 "현재 자금조달 만기별 비중은 단기 30%, 중기 50%, 장기 20%로 장기조달 비중이 낮은 편"이라며 "장기조달을 계속 늘려왔고 앞으로도 늘릴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CFO로서 전사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하고자 한다"며 "빠른 결정이 잘못된 결정이 되지 않도록 늘 학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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