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 재무악화까지…금융지주, 부동산신탁 계열 '고심'
우리금융, 우리자산신탁 유증에 2천100억원 투입
"올해가 고비될 것…일단 시장조달이 원칙"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이수용 기자 = 대규모 적자에 재무 및 건전성 악화로 금융지주들이 계열 부동산신탁사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상황이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 향후 추가적으로 부실을 키우는 도화선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다만, 모회사의 지원 가능성이 큰 데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실적과 재무 악화 상황은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수준이고, 자금 조달에서도 큰 문제가 없어 부실이 확대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은 지난해 841억원의 적자를 냈다.
특히, KB신탁의 경우 신탁계정대 증가와 대규모 대손비용 인식에 따른 자본감소 영향이 일시에 인식되면서 부채비율이 200%를 상회하는 수준까지 뛰었다부동산신탁사의 부채비율이 200%를 넘긴 케이스는 2010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KB신탁을 제외하면 여전히 부채비율 100%를 상회하는 신탁사도 없다.
신한자산신탁과 우리자산신탁의 사정도 좋지 않다.
같은기간 신한자산신탁은 534억원, 우리자산신탁은 323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그간 이들 3사가 최근 수년간 7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냈던 것을 고려하면 지난해 실적이 크게 꺾인 셈이다.
특히, 지주 계열 부동산신탁의 실적이 크게 출렁인 데는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점이 결정적이었다.
KB신탁과 신한신탁, 우리신탁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진 흑자 기조를 유지하다 4분기에 모두 적자로 전화했다.
KB신탁이 1천333억원의 4분기 순손실을 인식했고, 신한과 우리신탁도 29억, 206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업계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최근 신탁업황은 '악화일로'다.
전체 14개 신탁사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총 2천491억원이었는데, 이는 전년인 2022년 연간 순이익 총합(6천426억원)과 비교해 60% 이상 급감한 수치다.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를 신탁 자회사들의 '리스크 관리'에 가장 중요한 시기로 평가하고 있다"며 "일단 올해까진 시장성 조달을 원칙으로 하면서 실적과 업황을 고려해 지원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제적 조치에 나선 곳은 우리금융지주다.
우리금융은 우리신탁을 상대로 최근 2천100억원 규모의 증자에 나섰다.
우리신탁의 경우 최근의 증자가 영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차원일 뿐, 아직까진 유동성 위기 등과는 거리가 있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한국자산신탁과 한국토지신탁 등 업계 톱티어 업체들이 1조원, 금융지주 산하 신탁 계열사들도 이미 5천억원에 육박하는 자본금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만회하려는 차원의 증자라는 설명이다.
우리신탁 관계자는 "관리하는 자산이나 당국의 건전성 규제 측면에서도 미리 대비하자는 의도도 깔려 있다"며 "경쟁 신탁사들의 경우 책임준공형이나 차입형 신탁 사업을 많이 하면서 위기가 온 것으로 안다. 다만, 우린 공시된 것 외에는 위기 사업장이 없다"고도 했다.
대규모 적자를 낸 KB신탁을 지원하기 위해 KB지주 또한 다양한 고민에 나선 상태다.
김재관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실적발표 직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충당금 이슈로 지난해 신탁업에서 적자가 발생했다"며 "일단은 시장조달을 원칙으로 하되, 원활하지 않을 경우엔 당연히 지원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다만 "적자가 한 번 발생했다고 해서 자금이 돌지 않는 등의 문제가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조달환경이 달라지거나 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한금융은 일단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4분기에 적자 일부 나온 것만으로 증자와 같은 중요 의사결정까지 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영업에 필요한 부분들은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신탁업을 둘러싼 불안감이 계속 커질 가능성이 큰 점은 부담이다.
특히, 신탁계정대 잔액이 빠르게 늘고 있는 점은 문제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신탁업계 전체의 신탁계정대 잔액은 4조9천억원 수준이었다.
신탁계정대는 분양성과가 저조한 차입형 개발신탁 사업장 및 공정률이 계획 대비 미흡하거나 사업성이 저하된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 개발신탁 사업장에서 주로 발생한다.
한국신용평가는 "일반적인 금융업과 달리 신탁계정대는 우발부채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개발사업 성과가 미흡한 경우, 개발사업 경과에 따라 재무·유동성 부담이 현실화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jwon@yna.co.kr(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