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부동산 PF '연장수수료' 두고 설왕설래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감독당국이 금융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리와 수수료의 적정성을 점검하는 가운데 메리츠의 사례가 업계에서 회자하고 있다. 메리츠가 산정한 수수료가 다소 공격적이라는 입장과 위험 사업장에 대한 자금 공급의 보상으로 적절한 수준이라는 의견이 대비된다.
◇1천750억 PF 내준 역삼동 현장…경·공매 시장으로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은 지난 3월 초 역삼동 소재 오피스 개발 사업장의 공매 공고를 게시했다. 이는 선순위 채권자인 메리츠증권과 메리츠캐피탈이 해당 부지의 매각을 위해 의뢰한 것이다.
이 현장은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832번지 일대에 신규 오피스를 개발하려던 사업장이다. 차주는 메리츠증권·캐피탈을 비롯해 7개 금융사와 부동산임대기업 등에게 1천750억원 규모의 담보대출을 받았다.
선순위 채권자인 메리츠증권과 메리츠캐피탈이 기한이익상실(EOD)에 따른 공매 절차를 개시하면서 역삼동 현장을 둘러싼 마찰이 발생했다. 메리츠는 1회차 최저입찰가로 2천300억원을 설정했는데, 7차례 유찰을 거치게 되면 1천292억원으로 낮아지게 된다. 선순위 대주인 메리츠를 제외하면 나머지 대주들은 대출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차주는 공매 개시에 대한 반발로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넣었다. 이 과정에서 메리츠가 체결한 수수료 약정이 밝혀졌다. 메리츠증권·캐피탈은 해당 사업장에 7% 금리로 8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내줬는데, 연장 수수료로 수십억 원을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PF 업계 관계자는 "연장 수수료가 1~2% 정도 되는 건 업계 관행이라 이해할 수 있다"며 "하지만 메리츠가 그 사업장에서 받기로 한 연장 수수료는 대출액의 8~9% 수준이다. 여기에 대출 금리까지 더하면 선순위 채권자가 올인 코스트로 10%대 중후반 금리를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렇게 과한 수수료를 요구하면 차주의 금융 부담으로 이어지고, 중후순위 대주에 대한 상환 능력에도 무리가 간다"고 지적했다.
현재 역삼동 현장의 공매 절차는 잠정적으로 멈췄다. 중후순위 대주들이 법원에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상화 노력에도 부실화…정리해야"
업계에선 메리츠의 입장이 억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역삼동 현장은 지난 2022년 7월이 첫 만기였는데, 사업 진행이 되지 않아 6차례나 만기 연장을 했다는 설명이다. 또 수수료는 차주 측과 협상에 따른 결과로 금융사마다 제각각 상황이 다르고, 해당 사업장이 EOD에 처하면서 수수료 역시 지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EOD를 막기 위해 여러 차례 노력했으나 상황이 녹록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메리츠가 부실화된 자산을 정리하기로 결정하면서 갈등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이 나오면 메리츠가 공매 절차를 다시 개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메리츠가 PF 사업장에서 요구하는 금리와 수수료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차주와 후순위 대주의 입장에서 메리츠의 행보가 부담이 되는건 사실이지만, 리스크와 그에 따른 보상의 측면에서 보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한 PF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가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면서 다른 금융회사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선순위 채권자가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면 후순위는 그만큼 상환받지 못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PF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의 롯데건설 펀드 사례를 참고하면, 메리츠는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회사에 그에 합당한 보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라며 "공격적인 프라이싱을 하지만 리스크 관리도 가장 잘하는 회사다. 주식회사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촬영 류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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