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ELS 손실배상 '빅 배스'…1분기에 다 털고 간다
만기 미도래 손실분도 충당금으로 선반영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이수용 기자 =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와 관련해 은행권이 연간 배상 추정 금액을 올해 1분기 실적에 손실로 반영해 모두 털어내기로 했다.
이미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확정된 것은 물론 앞으로 만기가 돌아와 손실이 예상되는 것까지 충당금으로 선반영하는 '빅 배스(big bath)'에 나서기로 했다.
충당금을 충분히 쌓더라도 올해 이익 또는 자본비율 추정치가 크게 악화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실적에도 일회성 이벤트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 셈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은행들은 1분기 실적에 홍콩 H지수 ELS 배상금에 대한 충당부채를 반영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이미 손실이 확정된 1분기 만기 도래분 외에도 올해 연간 손실이 예상되는 금액을 전부 1분기에 충당부채로 쌓을 예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이 판매한 홍콩 H지수 잔액은 15조4천억원으로 국민은행이 그중 절반 이상인 8조원가량을 팔았고, 신한은행은 약 2조4천억원, 하나은행은 약 2조원, 우리은행은 약 400억원을 판매했다.
올해 만기 도래하는 물량은 국민은행이 약 6조7천억원, 신한은행이 약 2조3천억원, 하나은행은 약 1조4천억원, 우리은행이 400억원 등이다.
은행권에선 국민은행이 약 9천억원, 신한은행이 3천억원대 중반, 하나은행이 2천억원대, 우리은행이 80억원 내외의 충당부채를 쌓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ELS 배상이 연간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LS 충당부채 적립이 일회성 요인이고, 1분기에 보수적으로 가정해 적립한 만큼 하반기 들어 홍콩 H지수가 상승한다면 충당부채를 다시 환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다 판매사인 국민은행이 1조원에 육박하는 충당부채를 쌓아야 하는 만큼 KB금융지주의 연결 실적은 크게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한 달 내 발표한 증권사 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KB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9천728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급감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한금융지주가 1조1천863억원(14.53%↓), 하나금융지주가 8천603억원(21.95%↓), 우리금융지주가 8천89억원(11.46%↓)으로 예상된다.
은행 외에도 비은행 계열사별 실적,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 구조 등 다양한 변수가 있지만, 충당부채가 1분기 실적에 주요한 요인이 될 것이란 의견이 대부분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1분기에 연간 손실액을 다 반영하기로 했다"며 "ELS 충당부채를 조금 더 잡아서 적립하는데, 이 경우 연말까지 ELS 손실액이 줄어든다면 환입할 수 있어 실적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1분기 당기순이익은 당연히 줄어들겠지만, 연간으로 보면 큰 부담은 아니다"며 "2021년 하반기 판매분은 상반기보다 손실 규모도 적고 올해 나머지 기간 H지수가 반등한다면 전체적인 부담은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g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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