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금공 지급보증 은행 커버드본드 나온다…장기물 공급 촉발하나
커버드본드 지급보증에 은행권 유인 커져…금리 낮추는 효과
만기 10년 이상 순수 장기 커버드본드 가능성↑…보험·연기금 수요↑
당국, 영국 페렌나 케이스도 주목…주담대 시장 변화 촉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이수용 기자 = 금융당국이 장기 고정금리 대출 비중 확대를 위해 커버드본드 활성화를 위한 정책 추진에 더욱 속도를 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100% 미만으로 떨어뜨려 총량을 억제하는 것에 더해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을 위해선 장기 고정금리 비중을 현재보다 대폭 늘려야 한다는 정책 목표 달성에 커버드본드가 핵심 매개가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금융당국은 장기 고정금리 대출 확대에 공감하지만 커버드본드 발행 유인이 크지 않아 여전히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은행권에 대폭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시장 규모를 키우려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 신한銀, 주금공 지급보증 커버드본드 발행 착수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해 3분기에 5천억원 규모의 원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예정인데, 주택금융공사로부터 지급보증을 받기로 했다.
지난 3일 금융위원회가 업무 특례로 주금공의 은행권 커버드본드 지급보증을 허용한 데 따른 결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주금공의 신용보강을 씌울 경우 금리가 일정 부분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보고 현재 발행을 위한 절차에 논의하고 있다"라며 "3분기에는 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원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는 것은 3년 만이다.
2019년 발행했던 커버드본드에 대한 차환용이긴 하지만, 발행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상환하지 않고 재차 발행하기로 한 것은 당국의 적극적인 커버드본드 활성화 추진 의지와 무관치 않다.
특히 주금공이 지급보증을 통해 신용을 보강해 줘 발행 여건을 개선해 주기로 한 것도 의사결정에 도움을 줬다.
시중은행들의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은 지난 2019년 이후 일부 나오다가 2021년 SC제일은행을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비교적 수요가 풍부한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조달비용 측면의 이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점이 약점으로 작용한 탓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취급이 막힌 적격대출을 대신해 민간 차원에서도 순수 고정금리 주담대가 나올 시점이 됐다는 게 금융당국의 일관된 시그널이다"며 "일단 주기형 주담대를 중심으로 고정금리 비중을 늘리고 있는데, 향후 커버드본드 발행 환경까지 조성되면 순수 고정금리 상품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커버드본드로 삼중상환·금리절감·장기채권 활성화 노린다
금융당국은 커버드본드 활성화를 시작으로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은 물론, 그간 국내 자본시장 내 고질적 문제로 지목됐던 장기채권 부족 현상도 함께 해소하려고 한다.
당국은 그간 커버드본드 발행에 탄력이 붙지 않았던 데는 발행자는 물론 투자자 측면에서도 유인책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간 발행자인 은행권은 은행채나 정기예금 대비 조달비용 측면에서 커버드본드의 이점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적극 어필해왔다.
당국이 주금공 업무 특례를 활용해 신용보강에 나서기로 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주금공의 신용도를 활용할 경우 일정 부분 추가로 금리 절감이 가능한 만큼 은행권의 스탠스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주금공의 지급보증은 안정성을 추가로 높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유동화증권의 경우 기초자산의 현금흐름이 상환 재원인데, 커버드본드의 경우 발행 은행들이 투자자에 대한 우선변제권과 이중상환청구권을 부여한다.
여기에 주금공의 지급보증까지 들어갈 경우 '삼중상환' 구조로 보다 안정성이 강화될 전망이다.
그간 커버드본드의 주요 투자자인 보험사와 연기금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특히 듀레이션 관리를 위해선 장기물 편입이 필수적이었던 보험권의 경우 보통 5년물로 발행됐던 은행 커버드본드에 투자할 유인 자체가 크지 않았다.
당국이 커버드본드의 만기를 10·15년 수준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결국은 안정적인 수요처와 이어주려는 의도다.
금리 부담은 물론 수요 확보에 대한 '불확실성'도 어느 정도 해소해 주겠다는 얘기다.
이에 더해 금융위는 은행권의 예대율 규제를 완화해 은행권의 커버드본드 발행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방안은 물론, 보험사 등이 커버드본드에 투자할 경우 위험가중치를 완화하는 방안 등도 함께 검토 중이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커버드본드는 고정금리 대출 확대의 기반을 만든다는 의미도 있지만, 고질적 문제였던 국내 장기물 부족 현상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을 활성화를 위해 제시된 아이디어들은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 적격대출 대체상품 전무…"10·15년 순수고정부터 유도"
금융당국은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주금공의 지급보증 커버드본드가 활성화되면 은행권도 10·15년 수준의 순수 고정금리 취급을 시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순수 고정금리 상품은 전무한 상태다.
그간 국내 은행들이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의 경우 대부분 정책금융에 의존하고 있었던 만큼, 커버드본드 발행 등을 통해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필요성 자체가 없었다.
이렇다 보니 고정금리 비중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서 활용했던 것도 대부분 5년 혼합형 주담대 정도였다.
특히, 적격대출 취급이 중단된 것도 은행 차원의 고정금리 상품 출시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보금자리론의 경우 주택가 6억원으로 한정돼 있다.
3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 가격이 9억5천만원 수준인 상황에서 적격대출의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상품에 대한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재유동화 과정까지 거치면 적격대출과 비슷한 구조도 가능한 만큼 10~15년 고정금리 주담대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현재 6억~12억원 사이의 집 값을 지원할 수 있는 고정금리 상품이 없다. 최근 금리 상승기를 겪으면서 고정금리 선호도가 늘어난 점을 커버하기 위한 상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영국 페렌나 케이스도 '주목'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미국과 프랑스, 독일의 고정금리 대출비중은 90%가 넘는다.
미국과 프랑스의 경우 96.3%, 97.4%다.
거의 모든 주담대가 고정금리로 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국내의 경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23.2%에 불과하다.
특히, 금융당국은 정책 모기지 실적을 제외할 경우 순수고정금리 비중은 2.5%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선진국 가운데서는 영국 정도가 우리나라와 사정이 비슷하다.
고정금리 선호도가 강한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영국의 경우 2·5년 혼합형 주담대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영국에서도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영국에서 정식 은행 인가를 받은 페렌나(Perenna)의 경우 커버드본드를 재원으로 활용해 30~50년 만기의 초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취급해 주목을 받고 있다.
고정금리 대출인 만큼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할 경우에도 가산금리 부담이 없어 소득의 6배까지 대출이 가능한 구조다.
페렌나가 제공하는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의 금리는 영국 내 가장 비중이 큰 2·5년 혼합형 금리 대비 12~89bp가량 높은 수준으로 형성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혼합형의 경우 특정 기간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돼 금리변동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차주의 선호도에 따라 선택할 수 괜찮은 옵션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won@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