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불확실성 털어낸 은행권…'주주환원 강화' 밸류업 재시동
(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윤슬기 기자 = 올해 1분기 4대 금융지주 실적에서 나타난 공통된 특징은 홍콩H지수 주식연계증권(ELS) 관련 재무적 리스크를 일회성 요인으로 털어버리고 일제히 주주환원 의지를 피력했다는 점이다.
금융지주들은 견고한 실적을 토대로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자사주 소각,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 제시 등 올해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내놓으며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4대 금융, 주주환원율 우상향·자사주 소각도 공언
29일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이 발표한 1분기 실적에 따르면 모든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감소했다.
신한지주는 1조3천215억원(4.8%↓), 하나금융지주는 1조340억원(6.4%↓), 우리금융지주는 8천245억원(9.8%↓), KB금융은 1조5천929억원(5.58%↑)으로 나타났다.
4대 금융의 홍콩 ELS 자율배상 충당금은 1조3천234억원에 달하는 등 대규모 충당부채에도 일제히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내놨다.
통상 배당은 실적이 감소하면 줄어드는데, 주주들이 실적 감소의 원인이 된 홍콩 ELS 배상과 관련해 배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주 환원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우선 신한금융은 현재 그룹의 기초체력과 자본 비율 관리 역량에 자신감을 드러내며 통 큰 주주환원책을 제시했다.
1분기 주당배당금은 540원으로 결의했으며, 2·3분기 3천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 매입·소각하기로 결정했다. 4분기에도 상당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1분기에도 1천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한 바 있다.
또 주주환원율을 1차적으로 40%까지, 장기적으로는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주주환원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신한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천상영 부사장은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주주환원정책과 관련해 향후 점진적으로 환원비율을 40%까지 늘리겠다"며 "주가순자산비율(PBR) 1% 이하에서는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정책들을 우선적으로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KB금융도 올해 1분기 주당배당금 784원을 결의하고, 올해부터 새로운 주주환원정책인 배당총액 기준 분기 균등배당을 도입하기로 했다. 1분기 배당금은 작년 1분기(510원) 대비 큰 폭으로 증액한 금액이다.
하나금융은 연초에 발표한 3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의 경우 2분기 내에 매입 완료하고 매입한 자사주는 전량 소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1분기 주당 600원의 분기배당도 실시하기로 했다.
우리금융 역시 지난달 예금보험공사 소유 지분 약 1천366억원 매입 후 소각에 이어 올해는 1분기부터 분기배당을 실시하는 등 주주환원율이 전년보다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 고정이하여신비율(NPL) 증가에 따른 NPL커버리지 비율의 전반적인 하락세 등 재무건전성 관리에 각별한 주의는 필요해 보인다"면서도 "그럼에도 금융지주들이 최근 기업 밸류업 정책과 함께 주주친화적인 주주환원책을 제시해 주가부양을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KB·신한 '분기 균등 배당'…하나 '분기·기말배당 고수'
이번 1분기 실적발표에서 눈에 띄는 점은 금융지주별로 다른 배당정책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현금배당의 가시성을 높이기 위해 균등배당 정책을 도입한 반면, 하나금융은 기존 그대로 분기·기말배당을 고수하며 균등배당 정책 도입에 신중한 모양새다.
하나금융은 시장 참여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되 당분간은 분기배당과 기말 배당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도입한 분기 균등 배당 정책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하나금융 CFO인 박종무 부사장은 "(분기 균등 배당은) 예측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분기배당을 실시하고 이후 기말배당을 조화롭게 하는 것도 유연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은 연초에 미리 연간 배당 총액을 정한 뒤, 분기마다 똑같이 현금배당을 하는 '배당총액 기준 분기 균등배당'을 도입하는 등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을 내놨다.
이렇게 하면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는 경우 주당 배당금이 자연적으로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해 주주에게 이익이 된다.
올해 연간 현금배당금액은 최소 총 1조2천억원으로 설정했다.
이를 매 분기당 각 3천억원씩 총 4번 주주들에 배당한다는 방침이다.
연간 기준 3천136원이 배당금으로 지급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연간 배당금은 3천60원이었다.
KB금융이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을 실적 발표와 함께 공표하면서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의 대표 수혜주인 금융지주들이 더 적극적인 주주환원 의지를 피력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금융지주들의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 부양 정책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면서다.
금융지주사는 PBR이 낮고 주주환원 여력도 있어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여겨진다.
다만 지난 1월 밸류업 정책 추진 발표 이후 급등했던 금융주는 2월 말 정책을 구체화한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서 생각보다 미진한 내용에 기세가 ?였다.
특히 이달 총선에서 여당이 패한 이후로는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 속에 조정을 받았다.
일단 우리금융은 정부에서 내놓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욱 우리금융지주 재무부문 부사장(CFO)은 1분기 실적발표에서 "현재 보통주자본 비율이 12%인데, 목표와 갭이 좀 있어 구간을 세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세분화한 구간이 확정되면 그에 대해서는 조기에 달성해 주가 밸류업이나 주주환원정책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sg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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