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은 일시차입 전액상환…연쇄효과는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정현 기자 = 정부의 한국은행 일시 차입이 전액 상환되면서 통화안정증권 91일물 발행은 줄어드는 등 연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단기자금시장에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1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정부는 연초 시행했던 한은 일시 차입을 전액 상환했다.
정부가 '정부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불리는 한은 일시 차입 제도를 활용하기보다 재정증권(63일물) 발행을 하는 방향으로 자금 조달을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한은 차입을 다소 과도하게 사용한다는 정치권 일각의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재정증권 발행은 늘어나는 추세다.
연합인포맥스 발행사별 회사채 발행 만기 통계(화면번호 4290)에 따르면 이날 현재 재정증권 발행 잔액은 18조 원으로 지난 2019년 4월(19조 원)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았다.
전월 말(17조5천억 원)이나 전년 동월(10조5천억 원)과 비교했을 때도 확대 추세가 뚜렷하다.
이처럼 재정증권 발행이 늘어나고 낙찰 금리도 3.5~3.6% 수준으로 다소 높게 형성되면서 만기가 비슷한 통안채 91일물 발행은 계획했던 물량을 밑돌기 시작했다.
이달 들어 실시된 세 차례의 통안채 91일물 입찰에서 낙찰률은 71.43%, 45.71%, 47.14%로 모두 100%에 크게 못 미쳤다.
최근 통안채 91일물 낙찰 금리가 3.43%, 3.45%, 3.41%로 재정증권 금리보다 캐리(이자 이익)에 유리하지 않다는 시각이 형성되면서 통안채 91일물에 대한 응찰 자체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통안채 입찰로 시장 금리의 변동성이 확대되지는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91일물은 최근 입찰 수요가 약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재정증권은 만기가 63일로 통안채 91일물보다 짧은데도 금리는 더 높다"면서 "금리 격차가 계속되면서 단기물에 대한 수요는 재정증권으로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의 한은 차입이 전무해지면서 단기자금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정부의 한은 차입 자금은 실제 사용되기 전까지 단기자금시장에 머물면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 영향이 사라지면서다.
이에 따라 한은의 비정례 RP 매입이 빈번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금시장 관계자는 "예전에는 단기자금시장에 풀려 있는 유동성이 많아서 한은이 유동성 흡수 규모를 조정했는데 최근에는 때때로 유동성 공급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은이 RP 매입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자주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jhkim7@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