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명칭엔 '탄소'…펼쳐보면 코스피 우량주
탄소효율 그린뉴딜지수 구성 종목 분석
기업 관점에선 지수 개발의 목적성 여전히 유의미
(서울=연합인포맥스) 박형규 기자 = 기업 탄소 배출량을 평가해 만든 'KRX/S&P 탄소효율 그린뉴딜지수' 구성 종목이 실제 코스피 상위 종목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굳이 해당 지수에 대한 투자 유인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개별 기업 차원에선 이 지수가 탄소 배출량 감축의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여전히 그 목적성이 유효하다는 견해도 제시된다.
23일 한국거래소 ESG 포털에 따르면 ESG 관련 인덱스로 제시된 지수는 총 11개다. 이 중에서 명칭에 '탄소'가 포함된 지수는 KRX/S&P 탄소효율 그린뉴딜지수가 유일하다.
2020년 말 거래소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저탄소 경제에 기업들을 동참시키고자 이 지수를 공동으로 개발했다. 당시 거래소는 "동일 산업군 내에서 기업의 매출액 대비 탄소 배출량이 적은 기업에 높은 가중치를, 많은 기업에 낮은 가중치를 부여해 지수 편입 비중을 결정한다"고 지수 특징을 설명한 바 있다.
전일 종가 기준으로 이 탄소효율 그린뉴딜지수에 편입된 종목은 총 620개다. 구성 종목 시가총액 상위 10사를 살펴보면 삼성전자가 전체 중 29.1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SK하이닉스가 5.57%, 현대차가 3.25%, 기아가 3.24% 순이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코스피 상위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실제 탄소효율 그린뉴딜지수와 KOSPI200지수의 구성 종목을 1대 1로 대조해본 결과 총 189개 기업이 서로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OSPI200 기준 중복 비율은 94.5%에 달한다. 겹치지 않는 기업은 KT와 SK를 비롯한 11개뿐이었다. 구성 종목의 일치 비율이 높아 당연히 지수의 등락 추세도 매우 유사하게 나타난다.
거래소 관계자는 "탄소효율 그린뉴딜지수 구성 비중은 기본적으로 유동 시가총액 방식을 따르고 있다"며 "특별히 탄소 배출량이 많거나 정보 공시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면 KRX300이나 KOSPI200지수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와 S&P가 지난해 3월에 발표한 'KRX/S&P 탄소효율 그린뉴딜지수 방법론'을 살펴보면 지수 간 유사성이 나타나는 세부적 이유를 파악할 수 있다. 해당 방법론에서는 구성 종목 선정을 위한 심사 대상 종목을 심사기준일 기준 S&P Korea BMI지수 구성 종목 중 일부 종목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정하고 있다. 즉 선정될 기업 풀(Pool)을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 풀을 이용하되 기준을 두어 특정 기업을 배제하는 식으로 종목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 임곗값과 관련 정보 공개 여부, 유동성 조건, ESG 이슈에 대한 투자 위험성 등을 반영한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현저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기존 S&P Korea BMI지수 구성 종목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포함될 수 있다. S&P Korea BMI와 KOSPI200지수 역시 서로 비슷한 기업 구성을 보이기에 지수 간 유사성이 자연스레 커지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코스피 상위 종목 위주의 인덱스보다 거래량이 비교적 적은 탄소효율 그린뉴딜지수에 굳이 투자할 유인을 느끼지 못할 공산이 크다. 탄소효율 그린뉴딜지수를 기반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는 현재 총 3개다.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이 해당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원래 한화자산운용도 해당 지수를 기반으로 ETF를 운용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6월 신탁 원본액 감소를 이유로 상장 폐지했다. 남은 3개 ETF 상품도 최근 거래가 활발하진 않다. 편차가 있지만 일평균 거래량 5천주를 넘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이 지수의 활용도를 개인 투자자 관점에서 바라볼 수만은 없다. 거래소는 지수 발표 당시 "지수 기반의 운용자금 규모가 커질수록, 기업 입장에서 투자 비중을 높이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유인이 함께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리테일 외적으로 접근했을 때 지수 개발의 목적성이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 지수가 유동 시가총액 가중방식으로 산출되기는 하지만 탄소 가중치 조정계수(CWA)를 반영한다는 점에서는 타 지수와 차이를 보인다. 우선 각 기업에 대해 산업군별 분위를 정하고 이들을 각종 공시 여부에 따라 세부적으로 분류한다. 또 산업 그룹별로 매출액 대비 탄소 배출량 범위에 따라 영향도를 부여한다. 마지막으로 분위와 영향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CWA를 산정한 뒤 최종적인 구성 종목 비중을 도출하게 된다.
S&P 관계자는 "기업들이 탄소 배출량 관련 요소들에 의해 가중치를 조절 받게 되는 메커니즘이기 때문에 일종의 가산점 내지는 페널티를 부여하는 효과가 있다"며 "산업군 내 각 기업에 탄소 발생량을 감축할 유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지수의 개발 목적을 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기관투자자 차원에서도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컨셉에 부합하는 투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 지수를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hg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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