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후폭풍에…허리띠 졸라매는 은행
업추비 삭감·각종 행사 및 사업 축소…긴축경영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윤슬기 기자 = 시중은행들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자율 배상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올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지자 전사적인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기존 추진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 과감한 정리에 나서는가 하면 임원 업무추진비 삭감, 각종 행사 취소 및 축소 등으로 긴축 경영의 강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매년 7~8월 전 계열사 임원이 참석하던 경영 하계포럼 행사를 '신규 임원'으로 대상으로 대폭 축소했다.
KB금융은 '임직원이 공부하는 데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윤종규 전 회장의 뜻에 따라 매년 여름 한국능률협회, 한국표준협회 등에서 주최하는 최고경영자 세미나에 참석을 원하는 모든 임원을 보내 지식과 교양을 쌓도록 독려해 왔다.
임원들의 배우자까지 동반 가능해 일에 치여 휴가도 제대로 못 가는 임원들을 배려하는 성격의 '이벤트'로도 여겨졌다.
이 행사 비용은 1인당 250~300만원 안팎으로, 전액을 회사에서 지원한다.
KB금융 관계자는 "올해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신규 임원만 신청해 달라고 지시가 내려와 참가자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임원 전담 운전기사를 없애고 업무추진비도 삭감하는 등 임원들부터 선제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근 은행들이 홍콩 H지수 ELS 손실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자율 배상에 나서고 있는데,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은행 등에서 오는 7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 ELS 규모는 10조483억원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기본배상 비율(20~40%)만 적용한다고 해도 배상 규모는 2조원에 달한다.
홍콩 ELS 최다 판매사인 KB국민은행은 올 1월 만기가 도래한 6천300여 건의 손실 확정 계좌를 대상으로 자율배상 협의를 시작했으며, 이미 지난 1분기 홍콩 ELS 손실배상 관련 충당부채로 8천620억원을 털어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SC제일은행 등에서 오는 7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 ELS 규모는 10조483억원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기본배상 비율(20~40%)만 적용한다고 해도 배상 규모는 2조원에 달한다.
향후 금융당국의 제재에 따라 과징금 규모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은행들은 비상경영을 통해 비용 줄이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기존 추진 중인 사업이나 업무 등을 전면 재검토해 현시점에서 정리할 수 있는 것은 정리하기로 했다.
그룹, 부서, 영업본부 등 조직 통폐합을 통해 임원, 본부·부서장 업무추진비도 줄였다.
불필요한 지출관리, 중복된 상품·서비스 및 사용률 저조한 전산기기 등 재무 영역에서의 업무 효율화를 올해 경영진 전략과제에 포함해 전사적으로 추진 중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업문화 개선과 비용구조 효율화 등을 위해 임원 업무용 차량 운전기사 지원을 폐지했다.
지난 4월 창립 23주년 기념식도 매년 대형 강당에서 전현직 임직원을 초대해 성대하게 열었던 것과 달리 본사 쉼터에서 최소한으로 치렀다.
이렇게 절감한 비용으로 보육원 아이들에게 돌잔치를 열어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앞으로도 불요불급한 연수와 행사개최 등 지양한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비우호적인 경영환경에 대비해 연초 예산지원 최소화 등 예산운용 효율화 계획을 수립해 시행 중이다.
특히 지난달에는 본부 전체 부서장을 대상으로 비용 효율화 및 긴축 운영 방침을 전파하는 등 비용 절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ELS 자율배상, PF 충당금 등을 감안한 순익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줄일 수 있는 건 다 줄여보자는 분위기"라며 "이러한 비상 경영체제가 상당히 오래갈 수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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