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S 현주소④]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사장 "애프터마켓 안정에 총력"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박경은 기자 = 자본시장에 생기는 68년 만의 대혁신을앞두고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ATS·다자간 매매체결회사) 넥스트레이드(NXT)가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사장은 24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ATS의 탄생은 단순히 주식 거래시간의 물리적인 확장만 뜻하는 것을 넘어선다"며 "프리·애프터마켓을 얼마나 질적, 양적으로 성장시키냐가 넥스트레이드의 과제이자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금융위원회 예비인가를 받은 넥스트레이드는 이르면 10월 말 본인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현재 증권사들과 진행할 연계 테스트 준비에 돌입한 넥스트레이드는 오는 11월께 모의시장 운영을 거쳐 내년 3월 정식 출범하게 된다.
김 사장은 연계 테스트 준비 상황과 인프라 정비 진행 속도를 하루 단위로 체크하며 안정적인 시장 운영 방안에 총력을 쏟고 있다. 넥스트레이드의 출범이 과거 단일 시장이었던 거래소가 복수경쟁 체제로 진입하게 된 시작이자, 자본시장 선진화의 이정표인 만큼 그 책임감이 남달라서다.
김 사장은 "약 70년간 이어진 단일시장 체제에 새로운 인프라를 확장하는 것은 날마다 서프라이즈의 연속"이라며 "지난 1년간 법인 등기, 직원 채용을 거쳐 이제는 본격적인 시장 형성과 시스템 안착을 위한 준비를 세세히 챙기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이 ATS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이는 것은 비단 자신이 넥스트레이드의 초대 수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이었던 그는 ATS 도입을 위한 법제화를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을 주도했다.
당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ATS를 비롯해 장외파생상품 중앙청산소(CCP) 도입, 코넥스 시장 개설, 투자은행(IB) 육성과 같은 변화가 담겨있었다.
김 사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만들며 ATS가 시장 매매체결 시스템의 효율화를 선도함으로써 투자자들의 거래비용 최소화는 물론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아시아권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었다.
그는 ATS 전반의 제도 구상을 위해 호주를 직접 찾기도 했다. 현재 호주는 전체 거래의 20% 가까이 ATS가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ATS가 가장 잘 안착한 곳이기도 하다.
이후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파견을 거쳐 자본시장 국장으로 복귀했을 때도, 그는 코스닥과 코넥스 시장을 활성화하고 코스피 시장의 체질을 개선을 위한 거래소 구조 개편을 최우선 과제로 손꼽기도 했다. 그때의 관심과 경험이 지금의 넥스트레이드 탄생으로 이어진 셈이다.
김 사장은 "ATS 도입을 처음 꺼냈을 때 일평균 거래대금이 6조 원 규모였는데 지금은 20조 원이 넘는다"며 "새로운 거래 플랫폼이 필요하다. 제도 자체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도입됐지만, 이제는 마켓 플레이어들에 의한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시장을 구축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이에 넥스트레이드는 증권사에 이어 이달에만 자산운용사들을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설명회를 진행했다.
한국거래소(KRX)의 정규시장 전후로 운영되는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안정적인 시장 운영 방안을 비롯해, 낮아진 거래수수료의 이점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특히 일각에서 떠올리는 과거 ECN증권에 대한 기억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규제안에서 만들어진 실패라는 점도 역설했다.
지난 2001년, 한국ECN증권은 정규 장 마감 이후(오후 4시~9시) 거래 시장을 운영했지만 3년 반 만에 문을 닫았다. 호가 제한과 30분 단위 체결 등의 규제로 사실상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였다.
김 사장은 "한국ECN증권 사례를 넥스트레이드와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당시는 경쟁매매도 아닌 단일가 매매였다"며 "규제가 매우 엄격하다 보니 시장에서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인데,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자본시장 혁신을 위한 규제 완화가 뒷받침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넥스트레이드가 보여줄 혁신을 두고 김 사장은 안정성과 기민함을 강조한다.
프리·애프터마켓에선 지정호가와 충분한 변동성 완화장치로, 정규 거래시간에서는 넥스트레이드만의 '빠름'으로 틈새를 공략한다면 호주와 일본에 버금가는 ATS가 될 수 있다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내년 3월, 넥스트레이드는 안정적인 시장 운영을 위해 10개 종목을 시작으로 차츰 거래 종목 수를 800여개까지 늘려갈 방침이다. 향후 3년 뒤 목표는 시장 점유율 10%다.
김 사장은 "넥스트레이드가 지금은 자본시장의 스타트업이지만 모든 빅테크도 시작은 그러했다"며 "가볍고 빠른 전산 시스템은 우리만의 장점이다. 혁신의 촉진을 위한 안정성, 그 안정성을 바탕으로 한 확장성으로 시장과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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