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S 현주소③] 'Taker'와 'Maker'…복수시장 향한 궁금증
(서울=연합인포맥스) 박형규 기자 = 내년 3월 대체거래소(ATS) 출범 이후 증권사 주문 처리의 핵심은 '투자자 기준 최선의 조건'에 입각한 집행이다. 물론 투자자 별도 지시가 있다면 그 지시를 우선으로 따른다. 그렇지 않다면 '테이커(Taker)' 주문과 '메이커(Maker)' 주문으로 구분되는 최선집행 일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벌어졌다 좁혀졌다' 하며 가격 형성, 거래비용 고려하는 Taker 주문
24일 금융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Taker 주문은 '기존 물량 체결 주문'의 개념이다. 거래량이 비교적 많은 종목, 즉 이미 다수의 호가가 시장에 깔린 종목들에 대한 주문을 의미한다. Taker 주문의 가장 큰 특징은 거래비용을 주문 배분 기준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주문 시 총비용이나 총 대가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거래비용을 더하거나 빼 어느 시장이 투자자에게 유리한지를 결정한다는 게 핵심이다.
예컨대 투자자 A씨가 거래량이 풍부한 우량주인 B 종목에 대해 매수 주문을 넣는다고 가정하자. 내년 3월 이후엔 넥스트레이드(NXT) 출범으로 인해 B 종목은 두 개의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다. 만일 KRX와 NXT 모두에서 B 종목의 가격이 1천원이라면 여기에 매수 수량을 곱하고 거래비용을 더한 값이 A씨의 매수 주문에 대한 총비용이다.
지난달 초 금융위원회가 마련해 발표한 ATS 운영방안에 따르면 거래비용은 NXT가 KRX보다 20~40% 저렴해질 전망이다. 그러므로 우선 같은 1천원이라면 B 종목에 대한 A씨의 매수 주문은 총비용이 더 작은 NXT로 배분된다. 투자자에게 유리한 시장으로 우선 배분하도록 하는 최선집행 일반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A씨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투자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래서 비슷한 시점의 투자자 매수 주문은 모두 NXT로 배정된다. 하지만 NXT에 매수 주문이 많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B 종목의 NXT 내 가격은 올라간다.
가격이 올라가면 당연히 매수 주문의 총비용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NXT의 거래비용과 KRX 거래비용의 차이를 이 종목 가격 상승분이 상쇄하는 순간부터 NXT보다 KRX의 매수 총비용이 낮아지게 될 수 있다. 그러면 최선집행 일반 원칙에 따라 종목 가격 상승으로 인해 총비용이 늘어난 NXT가 아닌, 비교적 투자자에게 더 유리한 KRX로 주문이 배분된다.
이에 따라 KRX로 주문 배분이 넘어가면 마찬가지의 원리로 시장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총비용 역시도 늘어나게 된다. 어느 수준 이상의 가격 상승 이후 다시 주문이 NXT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러한 방식에 의해 KRX와 NXT의 종목 가격 차이가 벌어졌다 좁혀졌다 하면서, 각 시점에서 투자자에게 가장 유리한 시장으로 주문이 배분되는 것이다.
Taker 매도 주문의 경우 매수와는 반대로 이 프로세스가 적용된다. 단지 매도자가 갖는 총 대가가 종목 가격에 매도 수량을 곱한 후 거래비용을 뺀 값으로 결정된다는 것만 다르다. 매도도 마찬가지로 주문 배분에 따라 두 시장의 가격이 조정되면서 투자자에게 가장 유리한 시장을 탐색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Taker 주문은 거래량이 많은 종목에 대한 주문이기에 매매 체결 가능성 자체는 어느 정도 보장돼있다"며 "매매체결뿐만 아니라 거래비용까지 감안함으로써 주문이 배분되는 시장이 가격에 따라 왔다갔다 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매체결이 우선' Maker 주문, 증권사마다 배분 기준 수립해야
Maker 주문은 '신규 물량 조성 주문'의 개념이다. 거래량이 적고 호가도 부족한 종목에 대한 주문을 의미한다. 거래량이 풍부하고 호가가 많은 종목을 상정하고 있는 Taker 주문과는 다르다.
일단 Maker 주문은 거래량이 부족한 종목의 신규 호가를 창출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최선집행 일반 원칙에서도 Maker 주문에 대해선 매매체결 가능성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정해놓았다. 매수든 매도든 거래를 체결시켜줄 수 있는 시장에 우선으로 주문을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당국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진 않았다. 대신 증권사별로 주문 배분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유력한 기준 중 하나로 예상되는 것은 각 시장마다의 과거 거래량이다.
예컨대 거래량도 거의 없고 호가 제시도 잘되지 않는 C 종목이 있다고 하자. 이 C 종목은 과거 KRX에선 1천 건의 거래량이 존재했고 아직 NXT에선 거래량이 없다. 물론 확정할 순 없지만 이러한 상황에선 C 종목의 매매 체결 가능성이 NXT보다는 KRX에서 높다. 그러면 C 종목에 대한 주문이 KRX로 배분될 가능성 역시 커지게 된다.
하지만 주문이 반드시 이렇게 배분될 것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ATS 출범 이후 NXT의 거래 시간이 더 길다는 점을 감안하면, 항상 C 종목의 KRX 거래량이 더 많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매매체결을 우선순위로 하는 Maker 주문 배분 지침을 수립하고 이를 3개월마다 점검해야 한다. 이 내용을 최선집행 기준 설명서에 기재하고 교부해야 하는 의무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러한 증권사 최선집행의무 이행 현황을 당국에서 꾸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며 "투자자의 매매 체결 가능성을 높이는 주문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결국 증권사의 경쟁력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요컨대 Taker와 Maker 주문 관련 최선집행의무는 결국 증권사 간 내지는 복수 시장 간의 경쟁을 촉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hg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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