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인뱅에 신중한 금융당국…새 플레이어 선정 해 넘길듯
올 연말쯤 추가인가 여부 결정…"서두를 이유 없다"
기존 3사 성과평가 엇갈려…당국 내부도 의견 분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정원 기자 = 금융당국이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절차를 올 연말에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제4인터넷은행 컨소시엄에 대거 참여하면서 판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지만, 정작 금융당국은 사업 모델과 자본 능력 등을 꼼꼼히 따져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빨라야 내년에야 추가 인가가 이뤄질 전망이다.
◇제4인뱅 필요한가…연말께 입장 확정할 듯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기존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에 대한 경쟁도 평가를 바탕으로 4분기에야 새로운 인가 기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3사 평가 결과에 따라 제4인터넷은행 인가가 필요한 환경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면서 "(추가 인가가) 급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9월 국정감사 이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금융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에서 일차적으로 의견 수렴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경쟁도 평가 결과를 도출하고, 구체적인 설립 인가 세부안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평가 기준은 과거 인터넷은행 설립 때와 동일하게 공개할 예정인데, 내부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절차를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내년 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제4인터넷은행 설립은 금융당국이 지난해 7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방안'을 통해 은행 신규 인가 문턱을 낮추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당국은 은행권의 과점체제 해소, 경쟁 촉진, 소비자 편익 증진 차원에서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 가능성을 내비쳤다.
올들어 제4인터넷은행 인가전 참여 의사를 밝힌 컨소시엄은 KCD뱅크, 더존뱅크, 유뱅크, 소소뱅크 등 4곳에 이른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등 기존 인터넷은행에 지분이 없는 시중은행들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인가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우리은행은 한국신용데이터가 추진하는 KCD뱅크 컨소시엄 참여를 결정했고, 신한은행은 국내 1위 전사적자원관리(ERP)업체 더존비즈온이 추진하고 있는 더존뱅크 컨소시엄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 렌딧, 트래블월렛, 현대해상 등이 참여하는 유뱅크 컨소시엄엔 IBK기업은행이 발을 들여놓고, 소소뱅크엔 NH농협은행이 지분 투자 방식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은행은 인터넷은행 사업을 통해 디지털 전환을 촉진시키고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혁신 맞나…중·저신용 공급도 아쉬워
은행권의 활발한 움직임과 달리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여전히 제4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키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출범 7년에 접어든 기존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3사를 통해 과연 은행권의 경쟁 강도가 실제로 달라졌는지, 이들 3사의 인가 취지인 '중저신용대출 공급' 성과를 달성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갈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4인터넷은행을 위한 핀테크-은행간 컨소시엄 구성이 활발해지면서 향후 인가를 무조건 내줘야 하는 분위기가 된 것 같다"며 "다만, 내부에선 기존 인뱅들의 성과와 도입 효과 등에 대해 고민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제4인터넷은행의 인가 취지는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이다.
하지만 일부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제시한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실패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3년간 중저신용자 대출공급 목표치를 '평잔 30% 이상'으로 사실상 하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최근엔 인터넷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확대 기조로 방향을 틀면서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 3사는 올해 1분기 주담대 총액은 총 31조3천960억원이었다.
직전분기와 비교하면 5조원, 전년동기 대비로는 2배로 뛴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본업인 중저신용자 대출은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 1분기 중저신용대출 공급액은 약 1조4천700억원 수준에 그쳤는데, 이는 각 은행의 지난해 분기 평균 공급액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이 올해부터는 개인사업자 신용대출과 보증부 서민금융대출의 보증 한도를 초과한 대출잔액도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에 포함시키기로 했다"며 "범위가 늘었는데도 공급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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