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부정대출] '절대 권력' 앞에선 이사회도 '멈춤'

2024-08-12     정원 윤슬기 기자

 

손태승 우리은행장
우리은행 전경 [연합뉴스TV 제공] 손태승 우리은행장 [우리은행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윤슬기 기자 =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등에 600억원대의 대출을 내주는 과정과 이후 부적정 대출을 발견해 수습이 이뤄지는 동안에도 이사회의 견제와 비판 기능은 사실상 멈췄던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금융 내부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12일 "손 전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건은 내부 핵심 인사들은 상당 부분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던 사안으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면서 "몇 차례 이사회 내부에서도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사들이 전혀 몰랐을 가능성은 없다"고 전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지분의 3% 안팎을 쥔 금융사들로 구성된 과점주주 체제로 이사회 멤버가 구성돼 있는 만큼, 경쟁사들과 달리 이사회가 사실상의 '톱티어 매니지먼트'를 담당한다.

단순히 견제·조언 기능만 수행하는 타 금융사와 달리, 주주의 이익과 직결된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구조라는 의미다.

이를 고려하면 개개인이 최고경영자(CEO)급 영향력을 갖는 우리금융·은행 사외이사들 또한 손 전 회장와 연루된 부당대출 이슈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은행권 안팎의 평가다.

특히,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주사 전환 과정부터 손 전 회장과 손발을 맞췄던 인사들이 다수였다.

지난해 손 전 회장이 용퇴를 선언하기 직전 이사회 구성을 보면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총 7명이다.

노성태 삼성꿈장학재단 이사장(한화생명 추천)과 박상용 연세대 경영학과 명예교수(키움증권 추천), 윤인섭 전 푸본현대생명 이사회 의장(푸본생명 추천), 정찬형 전 한국투자신탁운용 부회장(한국투자증권 추천), 신요환 신영증권 고문(유진PE 추천),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IMM 추천), 송수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등이다.

이후 지분을 매각한 한화생명이 사외이사 추천권을 상실하면서 노성태 이사가 물러났고, 박상용 교수와 장동우 대표의 자리는 윤수영·지성배 이사로 대체됐다.

특히, 이번 사태를 키운 데는 이사회가 사태를 인지한 이후에도 제대로 된 견제기능을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점도 영향을 줬다.

우리금융·은행 다수 사외이사들은 이번 이슈를 인지한 시점이 비교적 최근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우리금융·은행 또한 이사회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거나, 비공식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점만 알리는 데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연합인포맥스의 취재에 따르면 일단 직접 당사자인 우리은행 이사회에서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 사태를 인지한 것은 대략 1개월 전이다.

이 전까지는 관련한 내부 감사의 진행 여부와 징계 관련 절차, 이후 상황에 대한 별도 보고가 없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전언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올해 초 있었던 검사와 이후 추가 검사를 통해 상반기에 파악한 내용을 지난달 초반께 은행 감사위원회 보고를 통해 이사들을 상대로 단순 설명하는 자리만 마련했다.

이 또한 금융당국이 인지하고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정도를 알리는 차원으로, 공식적인 보고 절차는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안팎에선 이사회가 보다 강력한 견제 기능과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에 반해 우리금융·은행 이사회 제대로 된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한다.

이사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을 뿐더러 우리은행 차원에서도 보고를 누락한 정황 등이 나온 것으로 이는 지배구조상 큰 문제라고 판단한다.

우리금융이 관련 내용을 선제적으로 인지하고도 금융당국 보고를 고의로 묵살했다는 의혹이 있는 상황에서, 이사회 내부 보고까지 등한시했던 점은 경영진의 '직무유기'라는 평가다.

이사회 멤버들이 이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문제제기 없이 방조했을 경우엔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배임은 물론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이슈가 된다"며 "다만 현 단계에선 제보 등 확실한 근거가 제시된 게 아닌 만큼 관련 사안을 좀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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