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대출 도마에 오른 금융지주 회장 권력…책무구조도 변수되나
"금융지주 회장 책임·영향력·리크스 재검토 필요"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윤슬기 기자 =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에 부당대출을 내주고 상당 규모의 손실을 떠안을 상황에 처하면서 책무구조도 본격 도입을 앞두고 새로운 변수가 될지 관심이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 책임자를 사전 특정해두는 제도로,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에 위임할 수 없도록 한다.
우리은행발(發) 부당대출 사고로 은행권도 책무구조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한다.
이번 사고가 갖는 의미와 영향을 분석하고, 책무구조도상 금융지주 회장의 영향력과 책임 범위를 다시 들여다 보는 곳도 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부당대출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면서 금융지주 회장의 '책무'와 관련한 금융당국 내부의 컨센서스가 바뀌었을지에 대해서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오는 10월까지 책무구조도 초안을 제출하기 위해 막판 자문 작업을 받고 있다.
아직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금융지주와 은행은 없다.
은행권에선 그간 준비를 많이 해 온 신한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 정도가 첫 스타트를 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곳들은 시범운영 적용을 받을 수 있는 10월 말을 타깃으로 스케줄을 짜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엔 연말까지 내겠다는 목표다.
은행권 관계자는 "그간 금융당국이 10월 말까지 제출한 지주·은행에 대해 컨설팅과 제재 비조치 등의 인센티브까지 제공하기로 한 만큼 굳이 미룰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였다"며 "다만, 금융지주 회장이 연루된 부당대출 사건이 나오면서 상황이 꼬였다"고 말했다.
향후 금융당국 또한 지주 회장의 '책무'의 범위에 대한 깐깐한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커진 만큼, 은행권 또한 지주 회장의 책무 범위에 대한 논리를 다시 세우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단순하게 보면 그간 금융지주 회장의 책무와 관련해 논쟁은 주로 임직원들의 횡령·일탈 등에 관리감독 소홀로 지주 회장에 얼마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지였다.
이 과정에서 금융지주 최상단에 있는 회장이 지방 지점 말단 사원의 대출 횡령에 대한 책임까지 지는 것이 옳은 지에 대한 논란도 컸다.
콘트롤이 불가능한 사고를 금융지주 회장의 책임으로 몰아간다는 '동정론'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부당대출 사태로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그간 금융지주 회장이 임직원 사고에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다 보니 책무구조도 얘기도 관리 소홀 등에 대한 이슈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이번 사태는 금융지주 회장이야 말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라는 것을 인지시킨 계기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하에서도 금융지주 회장 리스크가 관리되지 않을 경우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 지를 다시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해 당혹감을 보이면서도, 금융지주 회장들은 보다 고도화된 책무 정의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 사태는 책무구조도 제출 전인 만큼 적용 여부와는 관계가 없지만, 우리금융 또한 이번 사태를 책무구조도에 반영하는 과정은 거칠 것으로 보인다"며 "어떤 부분이 들어가야 하는 지는 논의를 좀 더 해봐야 한다. 여지껏 없던 유형의 금융사고라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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