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두 달간 KB금융 고강도 검사…내부통제 집중점검
가계대출·지배구조도 중점 대상…시스템 문제 살필듯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감독원이 3년 만에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나선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를 비롯해 횡령·배임 등 금융 사고가 잇따랐던 만큼 내부통제 운영 실태를 중심으로 고강도 검사가 예고된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22일부터 약 6주 동안 검사 인력 40여명 정도를 투입해 KB금융과 국민은행을 대상으로 정기검사를 진행한다.
이번에는 은행검사국뿐 아니라 기능별 검사를 위해 IT 검사국 인력도 일부 투입됐다.
금감원은 통상 3년 주기로 특정 금융회사에 대한 정기 검사를 실시한다. KB금융은 2021년 6월에 마지막 정기검사를 받았다.
금감원은 당초 지방금융지주 정기검사 이후 올 연말께 KB금융에 대한 정기검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최근 내부통제 이슈가 꾸준히 불거진 점 등을 고려해 하반기 첫 타자로 순서를 바꿨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기검사는 종합검진 성격이니만큼 경영과 영업 전반을 대상으로 살펴볼 것"이라며 "경영실태평가와 상시 모니터링 등을 통해 드러난 취약점에 아무래도 집중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금감원은 금융사고 발생 원인을 근본적으로 파악하는 등 내부통제 운영 실태 전반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증권대행 부서 소속 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사전에 취득해 본인·가족 명의로 주식을 매수, 127억원의 부당이익을 올린 사실이 적발됐다.
올해에는 국민은행 직원이 상가 매입가가 아닌 분양가로 담보가치를 산정해 100억원대의 대출 부풀리기를 한 배임 정황이 발견되는 등 총 488억원 규모의 사고가 연달아 터졌다.
금감원은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에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영업점 대출 프로세스가 디지털화하면서 서류 확인 등의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본점 차원의 문제가 있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같은 맥락에서 고위험 투자상품판매 과정에서의 불완전판매에 대해서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은행권에서 홍콩H지수 ELS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했다.
이에 직원 핵심성과지표(KPI) 등이 불합리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등을 포함해 점검결과 나타난 지적사항의 개선 여부 등도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도 중점 점검 대상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가계대출 자제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대출 약정 위반 사례 등을 따져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복현 원장은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 취급 과정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심사 실태와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의 적정성 등을 살펴보고 편법 대출에 대해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밖에도 최고경영자(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 이사회 운영 실태 등 지배구조 측면도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감원이 최근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을 적발한 것을 계기로 금융지주 지배구조 문제가 재부상한 만큼, KB금융 검사 과정에서도 전·현직 경영진과 관련한 부당·위법사례가 없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체계와 내부통제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것이 비단 우리금융 문제로만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금감원의 검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다 보면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사실이 적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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