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만 콕 찍은 '대출 조이기'…가계부채·집값 모두 잡을까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정원 = 정부가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금리를 서울과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더 높게 적용하는 '핀셋 규제'를 꺼내는 것은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지역의 돈줄을 더 죄어 가계부채의 가파른 증가 속도를 늦추는 동시에 총량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수도권 대출 한도를 다른 지역보다 줄여 급증하는 가계대출을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은행권의 수도권 주담대만 조여도 가계부채는 물론, 집값까지 어느정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와 함께 은행권 주담대에 대한 위험가중치 상향 조정, 가계대출 부문에 대한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부과 등 추가 건전성 규제를 검토하면서 향후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다.
◇ 연소득 1억 차주, 9월부터 주담대 대출한도 최대 13%↓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0일 19개 국내은행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거시 건전성 제고 방안'을 공유했다.
핵심은 내달부터 도입되는 스트레스 DSR 2단계에서 수도권 주담대에는 1.2%포인트(p)의 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조치다.
당초 금융당국은 내달 스트레스 DSR 2단계부터는 현재 0.38% 수준인 스트레스 금리를 0.75%로 올릴 계획이었지만, 서울 등에서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진 점이 전체 주담대 수요를 자극한다고 보고 수도권에 대한 추가 규제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결국 기존 계획인 0.75%p 대비 0.45%포인트(p)를 스트레스 금리에 추가로 얹어 수도권 주담대의 대출한도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수도권에 대한 스트레스 DSR이 강화되면 연소득 1억원인 차주가 변동금리로 수도권 주담대를 받을 경우 대출한도는 5억7천400만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스트레스 DSR 도입 전 6억5천8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8천400만원가량(약 13%) 줄어드는 셈이다.
이는 30년 만기 분할상환과 대출이자 4.5%를 전제로 산출한 값으로, 차주가 다른 대출이 있는 경우엔 한도가 달라질 수 있다.
고정금리(혼합형·주기형) 주담대의 축소 규모는 변동금리 대비 작지만,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것은 동일하다.
동일한 조건으로 5년 혼합형 주담대를 선택할 경우엔 대출한도가 8%, 5년 주기형을 선택할 경우엔 4%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 소득이 5천만원인 차주가 수도권 주담대를 받을 경우엔 변동금리와 5년 혼합형, 5년 주기형의 대출한도가 4천200만원(약 13%), 2천600만원(8%), 1천400만원(4%)씩 줄어든다.
다만, 비수도권의 경우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더라도 0.75% 수준의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만큼 대출한도 하락 효과는 수도권 주담대 대비 상대적으로 낮다.
변동금리의 경우 8%, 5년 혼합형과 주기형의 경우 3~5%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과 양극화 고려…추가 규제도 검토
금융당국이 수도권을 타깃으로 한 가계대출로 규제 방향을 튼 것은 최근 지역별 집값 흐름과 연관이 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76% 상승했다.
2019년 12월(0.86%) 이래 최대 상승 폭이다. 서울의 매매가 상승세에수도권도 0.40% 오르며 상승 폭이 전월의 2배에 달했다.
다만 지방은 0.08% 하락했다. 대구는달서구·달성군 위주로, 경북은 구미·경산시 위주로 하락하며 각각 0.4%, 0.11% 떨어졌다.
전셋값도 서울과 수도권은 상승하고 지방은 하락했다. 지난달 전국 주택 전셋값은 서울 0.54% 상승, 수도권 0.4% 상승한 반면 지방은 0.06% 하락했다.
이처럼 가계대출 규제에 있어 '수도권'이라는 명확한 타깃이 형성된 만큼 '선택과 집중' 규제를 통해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면서 정책 효과를 최대한으로 끌어내겠다는 의도다.
서울과 지역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한 상황에서 규제를 일괄 적용할 경우 급증하는 지방 미분양 아파트의 처리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고, 결국 부동산 경기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서울 등 수도권 주택 거래가 늘고 가계대출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는 데 착안해 표적 규제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라며 "이번 추가 규제로 수도권 주택 거래 심리에 어느 정도 제약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수도권 중심의 대출 규제 카드로 가계대출 폭증세를 막을 수 있느냐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24년 2분기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가계대출 잔액은 1천780조원으로 전 분기 말보다 13조5천억원 불었다.
특히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천92조7천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16조원 급증했다. 증가 폭도 1분기(+12조4천억원)보다 커졌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늘면서 주담대 증가 폭이 커진 영향이라는 게 정부의 분석으로, 이번 수도권 주담대 '핀셋 규제'를 통해 가계부채과 집값 잡기를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하반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경우 집값 상승세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보고 추가 규제도 만지작 거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내부관리용 DSR을 연말까지 신설하기로 했다.
단순히 주담대 가산금리를 올려 수요를 틀어막는 데 그치지 말고 주담대와 신용대출, 만기별, 지역별 등 사전에 섹터별 DSR을 산출해 두라는 의미다.
아울러 기업대출 대비 위험가중치가 낮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가중치 상향 조정, 가계대출 부문에 대한 CCyB 등을 부과해 가계대출에 대한 자본적립 부담을 늘리는 카드도 검토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추가 규제가 나왔지만 부동산시장 심리에 쏠림이 있는 상황에서 금리만으로 기대감을 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집값과 가계대출에 의미있는 변화가 있을 때까지 관련 규제 강화 기조는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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