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금리 동결 비판에 쓴소리…"손쉬운 통화정책은 임시방편"

2024-08-27     김정현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정현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2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결정을 언급하며 "현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부동산 가격을 부추기고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할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27일 한은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교육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공동으로 주최한 심포지엄 폐회사를 통해 지난주 기준금리를 현 수준 3.5%에서 유지하는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이 같은 작심발언을 내놨다.

이 총재는 "금통위 결정 이후 과연 금통위의 결정이 현 상황에서 옳은 결정이었는지 갑론을박도 있고 많은 분들이 의견을 제시해줬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안타까운 것은 이 논쟁이 현 상황에서의 최적 결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두고 왜 우리가 지금 금리인하를 망설여야 할 만큼 높은 가계부채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의 늪에 빠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성찰은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이 총재는 "과거에도 가계부채가 어느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면서도 "경기가 어려워지면 자신의 정부 임기내에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노력보다는 다음 정부로 미루는 것이 편한 선택이었다"며 그간 정부의 정책을 꼬집었다.

이어 "부동산 가격도 마찬가지"라며 "수도권 부동산, 특히 강남 부동산에 대한 초과 수요가 상시 잠재해 있는 우리 사회의 구조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며 그 근저에는 입시경쟁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초과수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아무리 보유세 등 세제나 다른 정책수단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 해도 집주인은 전세값 인상으로 전가하면 그만이니 해결이 쉽지 않다"며 "교육열이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를 고착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금통위 결정은 한번쯤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이번 정부가 지난 20년의 추세를 처음으로 바꿔주는 정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의 거시건전성 정책 공조뿐 아니라 문제의 근저에 있는 입시경쟁과 수도권 집중과 같은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혁도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재는 "구조조정을 하기보다는 손쉬운 재정 및 통화정책을 통해 임시방편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고통이 수반되는 구조조정은 미루어 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깊은 성찰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가 더 증가했다가는 조만간 수요부족으로 경제성장률을 낮추고 그 정도가 지나치면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끝으로 교육열에 따른 강남 불패 신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대학 입시에 지역별 비례선발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jhkim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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