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동양·ABL생명 인수 일단 'GO'…당국 승인 '난제'(종합)

2024-08-28     정원 윤슬기 기자

동양생명·ABL생명, 1조5천억에 인수…SPA도 체결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통해 '퀀텀점프' 적기 판단

당국 제재에 검찰 수사 변수…대주주적격성 승인까지 난항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윤슬기 기자 =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대형 보험사 인수를 통한 승부수를 걸었다.

증권업 재진출에 이어 업계 5위권으로 단번에 치고 올라갈 수 있을 정도의 규모를 갖춘 보험사를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업 다각화를 통한 '퀀텀 점프'의 기회를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의 숙원인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선 더는 지체할 수 없다는 절박함도 깔려 있다.

우리금융은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동양생명·ABL생명 패키지 인수를 결정하고 중국의 다자그룹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다.

인수 가격은 동양생명이 1조2천840억원, ABL생명이 2천564억원 등 1조5천억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임종룡 회장과 우리금융 경영진은 이번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지 못할 경우 당분간 사업 경쟁력을 확장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이 터지면서 금융당국의 제재는 물론 검찰의 수사까지 겹쳐 곤경에 처한 상황이다.

특히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확정짓기 위해선 당국의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손태승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이 상당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돼 난항이 예상된다.

◇ "M&A 성공시 자산규모 6위 생보사 출범"

지난 3월 말 기준 동양생명의 자산은 32조4천402억이다. 함께 인수하는 ABL생명의 자산은 17조4천707억원으로 향후 두 보험사가 합병한다고 가정하면 단순 합산 50조원 규모의 생보사가 출범하게 된다.

이는 삼성과 교보·한화·신한라이프·NH농협생명에 이어 여섯번째 규모다. 우리금융 입장에선 단숨에 '톱5' 수준의 생보사를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 2014년 우리아비바생명을 매각한 이후 보험사를 보유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0년만에 보험업에 재진출한다는 의미도 있다.

경쟁 금융지주인 KB·하나금융 등이 생보 부문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열위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숨에 그간의 이익 격차를 만회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우리금융은 과거 우리투자증권(현 NH증권)을 매각한 이후 은행을 제외한 굵직한 계열사가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금융지주사로 전환했지만 계열사 시너지가 전혀 없어 우리은행의 이익에만 기대는 고질병이 지속됐다.

우리금융의 순이익 중 90% 이상을 은행이 기여하는 기형적인 사업 구조였다.

올해 상반기 순익 비중만 보더라도 지주 전체 순이익인 1조7천554억원 중 95% 이상인 1조6천735억원을 우리은행이 담당했을 정도다.

우리카드와 우리금융캐피탈 등의 계열사들이 2~3위권인데, 양사 모두 8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반면, 포트폴리오가 가장 잘 갖춰진 것으로 평가받는 KB금융지주의 경우 상반기 순이익 2조7천815억원 중 은행 비중은 1조5천59억원 수준에 그쳤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이익 기여도가 54%에 불과했던 셈이다. 우리금융과는 40%포인트(p) 이상의 격차다.

KB금융의 경우 보험 계열사들의 활약이 컸다.

KB손해보험이 5천720억원을, KB라이프생명이 2천23억원의 순익을 내며 포트폴리오를 보완했다.

이에 더해 KB증권이 3천761억원, KB국민카드가 2천557억원의 흑자를 내며 실적에 기여했다.

이렇다 보니 우리금융 입장에선 비은행 계열을 확장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컸다.

임종룡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를 통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거듭 주문하기도 했다.

특히, 임 회장은 이날 SPA 체결 이후 진행된 임원회의에서도 보험사 M&A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보험사 인수는) 은행 위주로 편중된 그룹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증권사 출범에 이어 매우 중요한 그룹의 과제다"며 "이제 계약서에 서명한 것에 불과하며 사업계획의 수립과 금융당국의 승인 등이 남아있다.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도록 지주의 관련 부서는 최선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

◇ 금융당국 딜로 넘어간 '우리금융-동양생명 M&A'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우리금융의 이러한 의지와 필요성과는 별개로 금융당국이 승인을 해줄지 여부다.

금융지주회사법 제57조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주 경영의 건전성을 해할 우려가 인정되거나, 금융지주가 자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자회사가 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하게 할 경우 금융지주에 주의·경고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부당대출 이슈가 우리은행에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자칫 이번 부당대출 사건에 대한 당국의 제재가 현실화할 경우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제재 수위에 따라 우리금융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안팎에선 부당대출 이슈로 상황이 어수선한 가운데 우리금융이 동양생명 인수를 강행하는 것 또한 제재 이슈와 맞닿아 있다고 본다.

제재가 확정되기 전 M&A 절차를 끝내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것을 최소화하려는 차원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제재 이슈가 복잡하게 얽힌 현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M&A의 키는 우리금융이 아닌 금융당국 쥐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게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전날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겹친 점은 최대 악재다.

우리금융 입장에서도 검찰의 압수수색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날 오전 임원회의를 주재하던 조병규 행장은 검찰 압수수색이 시작됐다는 소식에 급하게 자리를 떴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조 행장이 복귀하지 못하면서 임원 회의도 결국 취소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해석의 여지는 있지만 큰 그림에서 우리금융의 M&A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라며 "다만, 검찰 수사로 번졌다면 판 자체가 달라졌다고 봐야 한다. 현 상황에선 우리금융 경영진은 물론, 금융당국 또한 의사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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