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오버페이' 없었다…"동양·ABL 싸게 샀다" 평가(종합)
우리금융 "동양·ABL생명 인수로 자본비율 하락폭 8bp 그쳐"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1조5천억원대에 인수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예상보다 싼 가격에 인수하면서 자금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동양·ABL생명의 패키지 인수 가격으로 1조원대 후반에서 2조원 정도를 예상했지만, 우리금융이 협상력을 발휘해 약 4천억원 가량을 낮췄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푸본현대생명·키움증권·유진PE·IMM PE 등 우리금융의 5대 과점주주는 물론 소수 지분 투자자들도 우리금융의 이번 인수·합병(M&A)에 비교적 만족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은 28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동양생명 지분 75.34%와 ABL생명 지분 100%를 1조5천억원 수준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 안건을 최종 의결했다.
인수 가격은 동양생명 1조2천840억원, ABL생명 2천564억원 등 총 1조5천억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결정됐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제 값을 주고 샀다는 의견도 일부 있지만 대체로 싸게 샀다는 평가가 더 많다"면서 "우리금융이 확실히 주도권을 잡고 협상에 나섰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동양생명 인수 가격이 예상보다 크게 낮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에선 동양생명의 몸 값으로 최대 1조7천억원 수준을 예상하기도 했다.
반면, ABL생명의 경우 예상가격 또는 소폭 웃도는 수준에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인수 가격인 2천500억원은 과거 ABL생명이 수차례 매각을 시도하면서 희망했던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동양생명 인수가는 크게 낮추면서 ABL생명 가격에선 한 발 물러나는 스탠스로 협상에 임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양쪽의 니즈를 고려하면서 균형을 맞춘 것 같다"고 진단했다.
우리금융 협상팀은 임종룡 회장이 그간 반복적으로 당부했던 '오버페이 없는 M&A' 원칙을 그대로 따라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앞서 롯데손해보험에 대한 인수 의지를 드러냈던 지난 4월에도 "실사를 통해 인수 여부부터 시작해서 엄격하게 들여다 볼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절대 오버페이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후 매각 측과 가격 차이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과감히 롯데손보 매각전에서 발을 빼고, 동양·ABL생명 딜로 방향을 틀기도 했다.
인수가가 예상보다 낮아지면서 우리금융의 자본비율과 관련된 우려도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 인수에도 그룹 전체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8bp 정도만 빠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우리금융의 CET1비율은 12%다. 총자본(BIS)비율은 15.8% 정도다.
KB·신한·하나금융지주의 경우 CET1비율이 각각 13.4%, 13.09%, 12.89%다.
무리한 M&A를 추진할 경우 경쟁사 대비 이미 열위한 자본비율이 추가로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 맥락에서 나왔다.
자본 건전성에 영향을 주는 '오버페이는 없다'는 대원칙을 시종일관 강조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다.
앞서 이성욱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보험사의 경우 자본비율 산출기준이 달라 보통자본주의 10% 이내는 출자금액의 250% 가중치를 적용하게 된다"며 "현재 우리금융엔 1조8천억원 수준의 출자 여력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사실상 보험사 인수 과정에서 내줄 수 있는 자금의 상한선을 공개한 셈이다.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에 성공하면서 만큼 향후 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한 증자 등의 자금 확충 방안은 별도로 강구할 필요가 없다는 게 우리금융의 입장이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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