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주담대 오히려 줄었다…추가 규제 없을 듯
실행금리 4~6%인데…'은행보다 금리 낮다' 오해에 소비자만 울상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당국이 이번 달부터 은행권에 대한 추가 대출규제를 시행하며 보험사와 같은 2금융권으로의 수요 이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은행과의 대출금리 역전, 상대적 한도 여유가 보험사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키우리란 전망이 많지만, 절대적인 취급 규모가 작고 추이도 안정적이라 금융당국 주도의 대출 규제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보험사 주담대 잔액은 52조6천억 원 정도다. 직전월과 비교하면 1천억 원 정도 줄었다.
추세적으로 살펴봐도 연초 이후 보험사 주담대는 약보합세로 안정적이다.
국내 보험사 중 주담대 상품을 취급하는 곳은 총 13곳이다. 삼성생명을 비롯해 한화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NH농협생명·동양생명·흥국생명·하나생명·푸본현대생명·ABL생명 등 생보사 10곳과삼성화재·KB손해보험·NH농협손해보험 등 손보사 3곳이 주담대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취급 규모는 삼성생명이 압도적이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삼성생명의 주담대 잔액은 23조원 정도다. 보험사 주담대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셈이다.
나머지 잔액은 삼성화재와 대형 생보사, 은행계열 보험사가 공급 중이다.
보험사에 주담대 상품은 취급 유인이 적다. 그간 공급된 주담대 역시 자산운용 관점의 장기 채권 성격이거나 대고객 서비스 상품에 불과했다.
삼성생명이 가장 많은 주담대를 공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산규모가 크고, 고객 수가 많은 만큼 상대적으로 많은 규모의 주담대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한 보험사 고위 임원은 "현실적으로 예대마진이 크지 않다. 이자장사를 하기보단 자산운용의 극히 일부분이 주담대인 셈"이라며 "사실상 삼성 계열사만 주담대를 취급할 뿐 나머지 보험사들의 잔액이 유의미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소비자들의 인식은 사뭇 다르다. 이달부터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는 등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보험사의 주담대가 은행보다 금리도 낮고, 한도도 많다는 이야기가 각종 온라인 카페와 SNS에서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에 일부 보험사에서 주담대 신청 규모가 소폭 증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해석이라는 게 보험사들의 입장이다.
삼성생명의 지난달 분할상환 방식 주담대 한도형과 일반형 상품의 최저금리가 3.59~3.93%로 공시됐으나, 취급 평균금리는 4.05~5.48%로 나타났다.
다른 보험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총 13곳 보험사의 지난달 주담대 취급 평균금리는 4.05~6.51% 수준이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주담대 실행 금리는 최소 4% 중반 이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은행보다 금리가 낮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오는 고객들이 도리어 금리가 왜 이렇게 높으냐며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현실적으로 은행보다 보험사가 싸게 대출을 내주기는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여기에 주담대에 민감한 금융당국의 스탠스를 파악한 보험사가 굳이 적극적으로 이를 공급할 유인도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우선 금융당국은 일 단위 주담대 모니터링이 착수한 만큼 은행의 수요가 2금융권으로 전이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험업권의 경우 절대적인 규모가 작아 은행과 같은 규제를 내놓을 필요를 현재로선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에 주담대는 본업이 아닌 부수 업무인 데다, 무엇보다 그 규모가 전체 가계대출에 미치는 영향이 극소수다. 주담대 풍선효과의 주범이 될 만한 업권이 아니다"며 "다만 어떤 식의 사이드 이펙트가 발생할지 모르니 당분간은 추이를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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