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동양·ABL생명 인수가 낮췄지만 자본확충은 '불가피'
우리금융, 당국과 조율하며 자회사 편입 신청할 듯
금융당국 "자본 건전성·사업 계획 중점적으로 심사"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우리금융지주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동양·ABL생명보험의 자회사 편입 승인을 얻기 위해서는 이들 보험사에 대한 구체적인 자본확충 계획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건전성 비율을 충족하고 있는 동양생명과는 달리, ABL생명의 경우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건전성 비율에 미달하고 있어 모회사가 되는 우리금융이 상당 규모의 자본금을 넣어줘야 한다.
금융당국은 우리금융이 자회사 편입 신청을 할 경우 각 사별 사업계획과 그룹사와의 시너지, 양사의 합병 계획, 자본 및 건전성 비율 충족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일 "우리금융이 자회사 편입에 대해 승인만 받으면 인수·합병(M&A)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 되는 수순이긴 하지만 사업 및 건전성 확보 계획을 어느 정도까지 구체화하는 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특히 우리금융이 촉박하게 자회사 편입 신청을 하기 보다는 주요 사안에 대해 사전적으로 조정하고 조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사건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검찰이 전방위 조사와 수사에 나선 상황이어서 기본적인 승인 심사 환경과는 크게 달라진 측면이 있다는 점은 변수다.
앞서 우리금융은 동양생명 지분 75.34%와 ABL생명 지분 100%를 1조5천억원 수준에서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 가격은 동양생명 1조2천840억원, ABL생명 2천564억원 등 총 1조5천억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결정됐다.
우리금융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면서 인수가격을 예상보다 낮췄다는 평가가 많지만, 자본확충 이슈는 해결해야할 과제다.
올해 1분기 기준 ABL생명의 경과조치 전 킥스비율은 114.4%로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큰 폭으로 밑돌고 있다.
킥스비율은 보험사 보험금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로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
보험업법상 최소치는 100%지만, 건정성에 대한 부정적 시그널이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보험사 대부분은 1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ABL생명이 권고비율을 충족하기 위해선 우리금융으로선 상당 규모의 자금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ABL생명의 자본확충이 중요해진 데는, 최근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이슈가 불거지면서 당국 심사가 보다 깐깐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진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금융은 "ABL생명의 킥스비율이 권고치보다 낮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며 "일단 증자보다는, 자체적으로 킥스비율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동양생명의 자본확충 필요성도 대두된다.
동양생명의 킥스비율은 174.7% 수준으로 권고치는 충족하고 있지만, 직전분기 대비 18.7%포인트(p) 악화한 추세라 부담이 있다.
향후 글로벌 금리인하 기조가 굳어지면서 채권금리 변동성이 커질 경우 추가적인 영향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추가 증자는 전체적인 인수가격 상승을 의미하는 만큼 우리금융 입장에선 최대한 직접적 자금 투입을 피하고 싶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면밀 검증이 예고된 상황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선 우리금융의 자금 지원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w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