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금리 주담대 늘리는 은행권…'듀레이션 미스매치'는 고민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수용 기자 = 은행들이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빠르게 늘리면서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 차이가 커지고, 금리 변동에 따른 자본 리스크도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자본 경제적 가치 변화(델타 EVE)는 2분기 1조6천722억원으로 1분기 9천537억원 대비 7천185억원 늘어났다.
기본자본 대비 금리 리스크 비중은 1분기 2.99%에서 2분기 5%로 빠르게 늘었다.
KB국민은행의 금리 리스크도 같은 기간 1조2천20억원에서 1조5천328억원으로 증가했고, 하나은행도 2조369억원에서 2조2천31억원으로 늘어났다.
델타 EVE는 금리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자본의 가치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로,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 차이가 벌어질수록 금리 리스크가 커지게 된다.
올해 2분기부터 은행들은 고정금리 주담대 취급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데 자산과 부채의 만기 불일치도 확대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고정금리 주담대 비중을 30%까지 늘리라고 주문하면서 은행들은 고정금리 성격의 주기형 대출을 주력으로 판매했다.
5대 은행이 6월까지 신규 취급한 주담대 중 주기형 대출 비중은 69.1% 수준에 달했다.
최장 만기 50년의 주담대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만기 1년 수준인 은행채와 정기예금을 주된 조달 수단으로 다루다 보니 듀레이션의 미스매치가 커졌고, 고정금리 대출 확대에 대응할 장기 고정금리 조달을 갖추지 못하면서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도도 높아진 셈이다.
5대 은행의 주담대 규모는 6월 말 기준 552조1천526억원으로 3월 말 대비 15조5천56억원 늘었고, 정기예금 또한 17조7천763억원 증가했다.
장기 조달로 평가받는 요구불예금의 경우 638조8천317억원으로 3월 말보다 9조565억원 감소한 상태였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3분기 들어 장기 조달을 늘렸고, 가계부채 축소 대책을 내놓았던 만큼 8월을 정점으로 금리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금융당국에서도 고정금리 주담대에 대응하도록 커버드본드 발행을 독려했고,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지난달 원화 커버드본드를 3천억원씩 발행하면서 장기물을 조달했다.
다른 은행권에서도 커버드본드 발행을 준비하고 있고, 은행권에서도 은행채 만기를 늘리면서 금리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리스크관리 담당자는 "주담대 수요에 따라 자산 듀레이션이 늘었고, 일반 조달 수단보다는 만기가 길다 보니 금리 리스크가 커졌다"며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올라온 것은 아니지만 향후 주담대 감축 및 핵심 예금 조달로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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