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PF부실 털기 속도전에 적자도 확 줄어…흑자 돌아서나
올해 7~8월 적자 규모 200억원대까지 축소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윤슬기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올해 상반기에만 4천억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냈던 저축은행의 손실 규모가 3분기 들어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부동산 PF 리스크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금융회사의 부실 처리에 속도를 낼 것을 압박하고,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대폭 쌓은 것이 실적에도 서서히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충당금 적립 규모 대폭 확대…적자 규모 월평균 100억대 축소
2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 등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손익을 가집계한 결과, 지난 7~8월 두 달간 적자 규모는 200억원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에 평균 100억원대 손실을 낸 것으로, 올 상반기 순손실이 총 3천804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월평균 적자 규모가 6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쪼르라든 것이다.
저축은행의 적자 규모가 이처럼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PF 부실 사업장에 대한 정리에 속도를 내고 대손충당금을 대폭 쌓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이 PF 사업성을 양호한 것처럼 평가하고 만기 연장을 통해 부실을 미뤄 왔다고 보고 올 초부터 강력한 PF 구조조정 방침을 내걸었다.
그 일환으로 PF 사업성평가 기준을 4단계로 세분화하고 이중 '유의'와 '부실우려' 단계로 분류된 사업장은 구조조정으로 매각·상각을 신속히 추진하도록 압박했다.
특히 고정이하로 분류되던 악화우려 사업장 중 사업추진이 곤란한 사업장을 부실우려로 분류하고 충당금을 회수의문(75%) 수준으로 적립하도록 했다.
저축은행의 부동산PF 규모는 16조6천억원으로 이중 부실우려는 3조2천억원, 유의는 1조4천억원가량이다.
다시 말해 전체 PF 중 27.7%를 강제로 정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은 부실 저축은행에 대해 10년 만에 경영실태평가까지 나서며 건전성 관리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그간 업계는 시장과 좁혀지지 않는 가격 차이로 버티기를 고수했지만, 일부 저축은행에서 부동산 PF 사업장 경·공매에서 낙찰 사례가 나오는 등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우리금융저축은행 등 저축은행과 캐피탈사는 최근 경·공매에서 수의계약으로 낙찰된 남양주 브릿지론 사업장에 대해 우리은행에 신디케이트론을 신청했다.
이번 신디케이트론은 저축은행 사업장으로는 첫 사례로, 저축은행업권은 본격적인 경·공매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12개 저축은행들은 약 900억원 규모의 개인 및 개인사업자 부실채권 공동매각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말 1차 매각을 시작으로 총 3차례에 걸친 공동매각으로 약 3천2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털어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PF대출 자율협약에 들어간 여신 중 연체이자가 유예되고 만기연장만 이어가고 있는 여신까지도 충당금을 고정이하(30%) 수준으로 쌓게 하면서 더 이상 부실이 나오기 힘들어졌다"면서 "일단은 한 고비를 넘긴 분위기"라고 말했다.
◇흑자 전환 언제쯤…부동산 경기 회복 '변수'
금융당국과 저축은행업계는 올 연말 실적 턴어라운드를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건전성 지표들이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는데다 2~3년 전 고금리로 예치한 예·적금의 만기가 돌아와 이자비용도 줄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79개 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2조3천28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조9천323억원)보다 3천962억원 늘었다.
반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은 같은 기간 15.04%로, 3월말 대비 0.35%포인트(p) 높아졌다.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업계의 자기자본 확충 노력과 더불어 여신 감소로 위험가중자산이 축소되면서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유동성비율도 상반기 기준 231.79%로 감독기준인 100%보다 132%p 초과 달성한 상태다.
상·매각을 통해 연체채권을 정리하면서 6월 말 기준 업계 전체 연체율도 8.36%로, 3월말 8.80%보다 0.44%p 내려갔다.
2분기 연체채권 상·매각 규모는 2조1천억원으로, 1분기 8천억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연말까지 부동산 PF 및 개인차주 연체채권 정리에 집중할 계획이다.
부동산 PF 정리는 진성매각 논란이 인 정상화펀드 대신 경공매를 통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하반기 개인·개인사업자 연체채권 상·매각 규모도 1조6천억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실장은 "정부가 사업성 평가 대상을 확대해도 유의 이하 비중이 급격하게 상승하지는 않을 전망"이라며 "상반기 중 대규모 부실을 인식하며 손실흡수력이 개선돼 추후 추가 충당금 적립에 대해 큰 부담이 생길 가능성은 작아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부실 정리 작업이 진행되면서 관련 충당금 인식이 다소 있겠지만 올 연말, 내년 상반기에는 흑자 전환도 가능하지 않을까 본다"면서 "다만 향후 부동산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히 팽배해 있어 경기 회복 여부에 따라 손익 변동성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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