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책임론'보다 '역할론'에 방점…고개 숙였지만 '정면돌파'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정원 이수용 기자 =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사건이 불거진 이후 '책임론'에 휘말리며 자취를 감췄던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1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우리금융 현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실상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국감에 출석한 임 회장은 부당대출 사건에 대해 "송구하다"면서 고개를 숙였지만, 즉각적인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지만, 현 상황을 추스리고 조직 쇄신에 나서야한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책임론'보다는 '역할론'에 힘을 싣는듯한 입장을 보였다.
10일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 관심이 집중된 것은 우리금융의 부당대출 사태로 금융당국과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임 회장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첫 공식석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복현 금감원장이 현 경영진의 책임론을 직접 거론했던 만큼, 임 회장이 본인의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낼 지가 관심사였다.
부당대출 사태 이후 자료를 통해 두 차례 메시지를 냈던 것을 제외하면, 임 회장은 대부분의 행사에서 관련 질의에 침묵을 지켰다.
이날 오후 3시20분부터 시작된 국감 증인 심문에서는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수척한 모습으로 의원들 앞에 선 임 회장은 우선 최근 금융당국의 압박을 '신(新)관치'로 보진 않는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이 원장의 우리금융에 관한 언급은 부당대출을 계기로 기업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내부통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인사 개입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경영진의 각성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도 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최근의 상황을 이복현 원장과 임종룡 회장의 갈등 구도로 보는 시각이 많았는데, 임 회장은 이를 피해갔다.
다만, 임 회장은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임 회장은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이 사퇴 의사를 묻는 질문에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다만, 지금은 조직안정과 내부통제 강화, 기업문화 혁신 등이 (중요하다)"면서 사실상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선 금감원 조사와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거취 정리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본다.
임 회장은 "제가 잘못해서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는 했지만, 기존의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금융당국과 금융권 생리에 누구보다 밝은 임 회장이 국정감사 전 향후 거취를 밝힐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국감 증인으로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사퇴를 통해 책임을 회피하기 보단, 우리금융을 둘러싼 얽히고 설킨 의혹들에 대해 직접 해명하는 '정면돌파'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임 회장은 준비한 답변을 겸손하면서도 명확히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내부통제에 대한 실패가 거듭된 것을 '절벽에 서 있는 상황'에 비유하면서, 향후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게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입장도 거듭 강조했다.
임 회장은 최근의 사태가 지주 회장에 과도한 권한이 집중된 데다 비롯된 측면이 있는 만큼, 계열사 임원 인사에 대해서도 개입을 최소화하겠는 대안을 제시했다.
현재 계열사 임원은 계열사 대표와 지주 회장이 사전협의제를 통해 선임하는데, 이 과정에서 지주 회장의 역할을 축소하고, 계열사 대표의 자율적 권한을 키우겠다는 의미다.
임 회장은 이후에도 1시간가량 이어진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서 거듭 송구하다는 뜻을 반복하며, 향후 우리금융의 쇄신에 개인 및 조직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정무위 국민의힘 간사인 강민국 의원이 증인 채택 이후에도 50억원대의 금융사고가 터진 것을 거론하며 임 회장의 해명이 '이상론'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한 것에 대해임 회장은 "제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충분히 책임지겠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면서 "이상론이 아니라 우리금융의 절박한 상황을 (얘기한 것이다). '환골탈태' 아니면 신뢰 회복은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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