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인하] 먼저 달린 채권시장…추가 강세 공간은
(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기자 = 10월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서울채권시장 참여자들은 이미 부담스러운 레벨에 도달한 국고채 금리의 추가 강세 룸(여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과거 인하 사이클상 국고채 금리는 통화정책 전환(피벗) 전까지 기대를 선반영한 이후 실제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되면 이를 되돌리는 흐름이 나온 바 있다.
11일 서울 채권시장에 따르면 이날 장내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민평 대비 2.8bp 내린 2.934%에 거래됐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1.5bp 하락한 3.072%를 기록했다.
이날 10월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한 3.25%로 결정했는데, 여전히 이를 크게 하회하면서 두차례의 추가 인하 기대가 녹아있는 셈이다.
지난 6월 중순부터 국고채 금리가 외국인 주도로 강세 흐름을 이어가면서 이미 기준금리 인하를 선반영해온 측면이 있다 보니, 이날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장은 밀리면서(금리 상승) 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민평금리 기준 지난 5월 초부터 기준금리를 완연하게 하회하기 시작했고, 계속 하락 추세를 이어오다가 이달 초에는 2.782%까지 내리며 연저점을 경신했다.
이는 과거 인하 사이클에서도 대체로 관찰됐던 상황이다.
가장 최근의 인하 사이클은 지난 2019년 7월부터 코로나 당시인 지난 2021년 8월까지였다.
당시 2019년 7월 금리 인하 개시 직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미 금리 인하를 선반영해 4월~5월부터 기준금리(1.75%) 수준을 하회하기 시작했다. 금리 인하 개시 한 달 전에는 1.4~1.5%대를 기록하면서 한 차례 인하를 온전히 반영하기 시작했다.
다만 금리 인하가 단행되고 한두 달이 채 지나지 않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상승 추세를 보였다. 2019년 8월부터 11월까지 금리는 큰 틀에서 밀리는 흐름을 이어가면서 기준금리 방향과 반대로 움직였다.
심지어 2019년 10월에 추가 인하가 단행됐음에도 금리는 꺾이지 않고 상승해 기준금리를 상회하기도 했다. 당시 미·중 무역분쟁 완화 기대감 등 글로벌 이벤트가 있기도 했으나, 미리 선제적으로 달리고 이후 되돌림 모멘텀을 맞이하는 흐름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이클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국고채 금리에 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하게 녹아있어 이미 부담스러운 레벨에 도달해 있는 만큼, 이같은 흐름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금리 인하 후 시장이 약세 흐름을 보이는 추세가 유사하게 보이기도 한다. 최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컷(50bp 인하)'을 단행했음에도 추가 빅컷 기대감이 축소됐다는 이유로 미 국채 금리는 상승한 바 있다.
특히 최근에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강하게 순매도하는 흐름을 타고 있어 수급상 외국인의 동향이 중요할 듯하다.
한 채권시장 참여자는 "9월 FOMC에서 미 국채의 상황을 봐도 금리 인하 자체만으로 시장이 강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후 기자간담회 등에서 얼마나 덜 매파적인 스탠스를 보이고 추가 인하를 열어둘지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사례만 봐도 늘 인하하기 전까지 금리가 내렸다가, 인하가 단행되면 선반영 되돌림 차원과 함께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금리가 올랐던 적이 많다"며 "특히 지금은 선반영을 깊게 하고 있어서 더욱 추세가 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jhson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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