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월권·도이치모터스…이복현, '정치금융'에 여야 질타
김건희 여사 무혐의 처분 공세에 즉답 피해
"금융위원장이냐" 월권 질타에 "자중하겠다"
"정치할 생각 없다…믿어달라" 호소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윤슬기 기자 =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는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의 '입'이 감사 대상에 올랐다.
여야 의원들은 가계부채 정책 혼란과 우리금융지주 부당대출 사건 등에 대한 이 원장의 과거 발언에 대해 '엇박자', '월권'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이 원장은 "불편함을 드리거나 미숙한 점에 대해서는 사과드린다"면서도 '경제팀 내에서 합의가 된 내용', '가계대출에 구두개입하지 않았다면 사태가 더 심각해졌을 것'이라는 등 요목조목 항변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두고도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 원장은 시종일관 "답변할 위치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끼며 기존에 적극적으로 엄호하던 모습에서 변화된 태도를 보여 관심을 끌었다.
◇"자중하겠다"면서도 요목조목 항변
여야 의원들은 이 원장이 금융정책과 관련해 발언을 꾸준히 내놓으면서 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비판 수위를 높여갔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금감원장이 금융위원장인 것처럼 주요 금융정책에 대한 발언이 너무 잦다"고 꼬집었다.
권 의원은 "이 원장이 은행에 더 세게 개입하겠다며 대출정책과 관련해 오락가락 발언했고,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합병과 관련한 의견을 밝히는가 하면 우리금융지주가 보험사를 인수하면서 소통도 없었다고 했다"면서 "금리 관련 발언이나 정책은 금융위원장이 해야지 직권남용, 월권 아니냐"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이 원장 취임 이후 금감원이 검사가 완료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중간 보도자료' 형식으로 흘리면서 정치검찰식으로 언론 호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도 "이 원장이 은행 대출 정책과 관련 여러번 구두 개입을 하거나 정부 정책 방향과 반대되는 자료를 배포하는 것은 분명 재량권을 넘은 행위"라고 비판했다.
쏟아지는 의원들의 공세에 이 원장은 "소비자와 은행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면서 "도를 넘는 건 자중하고 김병환 금융위원장 모시고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제가 발언하는 내용들은 경제팀 내에서 합의가 되거나 공감대가 있는 내용"이라며 "정부 내 엇박자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원장은 또 "비판은 감내하겠지만 8월 중 가계대출 추세를 꺾어야 한다는 것은 경제팀 내 공감대가 있었다"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았으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발끈했다.
월권 논란에 대해서도 "상황상 감독원장이 공매도 재개 가능성에 대해 발언하는 게 적절하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항변이 이어지자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은 "검사 시절, 검사는 공소장으로 말한다는 거 들어봤나. 기관장은 말이 길어지면 안 된다"고 꾸짖기도 했다.
◇김 여사 불기소엔 말아껴…신중 발언으로 일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이날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한 데 대해서도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이날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했다. 지난 2020년 4월 고발장을 접수한 지 4년 6개월 만이다.
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검찰의 처분은 황당하기 그지없다"며 "원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납득할 만한 결과라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이 원장은 "(검찰 발표) 속보는 봤는데 내용을 아직 못 본 상태"라며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르고 답변할 위치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다른 의원들의 질의에도 이 원장은 "이 사건은 검찰에서 인지 수사 형태로 진행한 사건이다 보니 증거관계에 대해 정확히 잘 모른다"며 "불기소 결정문이 나와 있으면 제가 보려고 노력하겠지만 지금은 없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이 원장의 태도는 과거 보여준 발언 수위와 비교해 상당히 누그러진 모습이다.
이 원장은 지난해 정무위에서는 "한 톨의 증거도 없다" "지난 정부의 주가조작 수사는 너무 '정치적'이었다"고 김 여사를 적극 엄호하는 모습과는 달라진 태도다.
◇정계 진출 질문에 "이젠 좀 믿어달라"
이 원장의 잦은 금융정책에 대한 발언이 '정치적 욕심' 때문이 아니냐는 질의도 나왔다.
민주당 강준현 의원은 "원장이 국회 진출을 염두에 두고 언론 플레이를 위해서 월권 발언 등을 한다는 얘기가 있다. 정치할 생각이 있느냐"고 직접적으로 물었다.
이에 이 원장은 "이번이 세 번째 국감인데, 할 때마다 총선 출마하느냐 등을 물어보시는데 전혀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정무위에서는티몬·위메프(티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와 관련한 질의도 쏟아졌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티메프 사태가 벌어진 과정에서 돈의 흐름을 금감원에서 조사를 진행했느냐고 물었고, 이 원장은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가 자금운용 등 중요 의사 결정에 관여한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그는 "구 대표가 어느 돈으로 위시를 인수했는지 파악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어느 정도 파악은 하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는 별도 예치 자금이 제대로 용도대로 사용이 안 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검찰과 공조해 그간의 잘못을 국민께 잘 알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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