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이모저모] '1천조' 미래에셋에도 2세 경영 없다…'의자론' 재확인

2025-10-02     박경은 기자

3.0을 바라보는 미래에셋그룹, 그룹 운용자산 1천조 돌파 기념행사

(서울=연합인포맥스) ○…"믿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경영 승계는 없습니다. 새로운 거버넌스의 패러다임을 생각 중입니다"

미래에셋그룹이 1일 저녁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행사를 개최했다. 그룹의 고객 자산이 1천조원을 넘어선 걸 축하하기 위해서다. 오랜만에 열린 국내 행사에 그룹 내 임직원 150여명이 참석했다.

1997년 설립된 미래에셋은 자본금 100억원으로 시작했다. 이름 석 자를 내건 펀드의 완판, 이어진 뮤추얼펀드의 대성공은 박현주 당시 사장을 업계 스타로 올려놓았다.

이후 28년이 지난 지금, 미래에셋은 1천조원의 자산을 굴리는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100억 원에 불과했던 자본금은 그보다 10만배가 큰 1천65조 원의 고객 자산으로 돌아왔다.

박 회장은 이제 미래에셋 3.0을 바라본다. 펀드를 판매했던 첫 미래에셋, 그리고 대우증권을 인수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본 게 2.0시대다.

이런 관점에서 1천조원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그가 노무라그룹을 언급한 것은 새롭게 다가온다.

박 회장은 행사에서 "1천조원은 한국 금융지주사의 전체 운용자산뿐 아니라 일본 노무라 그룹도 넘어서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무라홀딩스의 AUM은 900조원 수준이다.

과거 미래에셋이 대우증권을 인수할 당시, 박 회장은 아시아 1위 IB의 청사진을 그렸다. 일본의 노무라와 경쟁할 정도로 글로벌 역량을 갖춘 금융그룹을 키워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도 노무라의 전략에서 기회를 엿봤다고 전해진다. 2.0시대의 목표였던 '노무라 따라잡기'는 이미 달성했다.

그의 눈은 쉴 새 없이 다음 격전지로 향했다. 이번 무대는 가상자산이다. 전통적인 금융사와의 경쟁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 디지털 자산에서의 승기를 잡아야 한다. 이게 미래에셋 3.0의 모습이다.

미래에셋은 가상자산을 통합한 거래 플랫폼을 출범한다. 이른바 '글로벌 월렛'이다.

박 회장은 "지금은 디지털 기반의 금융 혁신을 다시 한번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래에셋은 글로벌 시장에서 전통자산과 디지털자산을 융합하는 비즈니스를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 디지털 금융 시대를 선도하는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념비적인 자산 규모와 미래에셋의 세 번째 혁신. 여기에도 오너 2세의 역할은 없다. 행사에서도 박 회장은 2세의 경영 참여는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며 눈길을 끌었다. 미래에셋 회장의 자리는 누구나 앉을 수 있다는, 의자론에 대한 의지는 그대로다.

미래에셋그룹은 박 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수직적 지배구조가 있다. 특히 미래에셋컨설팅에는 가족들의 지분이 두드러진다. 박 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 위해 컨설팅의 지분 25%를 재단에 기부하기로 약정하기도 했다.

향후 지분 구조에 따라 이사회에 자녀가 참여할 수는 있지만, 직접적인 경영 개입은 없을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전문경영인 체제와 글로벌 인재 풀을 중심으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현장에서도 이러한 약속에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누구나 기회가 있다'는 그의 메시지가 큰 동기부여가 됐다는 반응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미래에셋은 2세 경영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왔다"며 "1천조원을 굴리는 회사가 되었음에도, 이러한 의지에는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증권부 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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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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