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극의 파인앤썰] 주가에 가려진 '3高' 리스크
(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국내 주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한국 경제도 점차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경제성적을 대표하는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3분기에 예상보다 높은 전 분기 대비 1.2% 증가율을 기록하자, 올해 성장률이 1%대를 달성하고 내년에는 2%대로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한국 경제를 마냥 장밋빛으로만 전망하기에는 거시경제 지표들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수렁으로 빠뜨리고 저성장을 고착화시켰던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서울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125%로 장을 마쳤다. 지난 4월 2.563%와 비교하면 무려 0.56%포인트나 높다. 한국은행이 5월에도 기준금리를 내렸으나 정작 시장금리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무색할 정도로 치솟고 있다. 특히 현재 금리는 지난해 4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달러-원 환율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참가자 사이에서도 원화의 움직임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할 정도로 약세 요인에만 반응하고 있다. 글로벌 달러 강세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 5일 달러-원 환율 종가 1,149.40원은 종가 기준으로 지난 4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다.
소비자물가도 심상치 않다. 10월 소비자물가는 금융시장의 예상치를 웃돌며 전년 같은 달보다 2.4% 상승했다. 이는 1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농축수산물·가공식품 등 먹거리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달러-원 환율 상승이 반영되면서 석유류 물가 상승률이 4%대로 크게 확대된 탓이다.
문제는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의 문제가 가계의 실질소득이나 소비, 기업들의 비용 문제 등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금리가 올라가면 기업과 가계는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진다. 기업은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고 경제주체들의 이자 상환 부담도 커진다. 이자 상환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 소비는 위축된다. 고물가와 고환율은 경제주체가 물건을 살 때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만든다. 이는 가계의 실질소득을 감소시키고 가계의 구매력을 떨어뜨림으로써 소비를 더욱 위축시킨다.
이처럼 최근 들어 재현될 조짐을 보이는 3고 현상은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직격탄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회복되고 실물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 3고 현상을 무조건 피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는 이런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민간 소비쿠폰 지급 등을 통해 재정을 적극적으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효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경기를 부양시키려면 기준금리라도 낮춰야 하지만, 환율과 물가, 부동산 문제 등을 고려할 경우 그 또한 여의찮은 게 사실이다.
지난 이틀 동안 국내 주가가 꼬꾸라지고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 증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고 벨류에이션 차원에서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쏟아지지만, 3고 현상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주가가 마냥 오르길 바라는 것은 무리다.
주가는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이자 투자심리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그러나 올해 들어 부쩍 높아진 주가에 취해 우리나라 경기가 좋아졌고, 앞으로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마냥 낙관하기에는 금리, 물가, 환율 등 각종 거시지표가 들여주는 경고음이 너무 크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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