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페놀 유출' 딛고 '물의 미래' 고민하는 도시
(대구=연합인포맥스) ○…12일 대구 엑스코에서 개막한 '대한민국 국제 물 주간(KIWW) 2025'는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한 국내 대표 물 분야 국제행사다.
각국 환경부처 장·차관 등 전 세계 60~70여 개국의 물 관리 관계자들이 총출동해 물 문제 관련 지식과 대응 경험을 공유한다. 가뭄과 홍수 등 인류가 직면한 기후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자 전 세계가 중지를 모으는 자리다.
이렇게 의미 있는 행사가 지난 10년간 한 차례도 빠짐없이 '대구'에서 매년 열렸다. 거기엔 그만한 사연이 있다.
대구는 지난 1991년 페놀 유출 사건으로 크게 피해를 본 도시 중 한 곳이다.
경북 구미 두산전자 공장에서 유출된 페놀 원액이 대량으로 낙동강에 흘러 들어가 대구와 부산, 마산 등 영남지역의 수돗물이 심각하게 오염됐다. 당시 대구 수도사업본부는 수돗물에서 악취가 난다는 시민들의 민원으로 전화통에 불이 났었다고 한다.
이는 대구시가 모든 역량과 관심을 '물'에 쏟는 계기가 됐다. 어떻게 물을 안전하고 깨끗하게 관리해 시민들에게 제공할지에 모든 정책 방향을 집중했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 생명체의 탄생과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유관 부처와 정부도 힘을 보탰다.
2015년에 대구에서 세계 최대 물 관련 행사인 '제7차 세계 물포럼'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글로벌 물 업계에 한국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이때 우리나라의 위상과 물 산업 경쟁력도 크게 높아졌다. 물포럼 유치는 대구가 본격적으로 '물의 도시'로 거듭나는 원동력이 됐다.
정부는 이듬해(2016년) 대구에 전략 산업단지인 국가 물 산업 클러스터를 설립했다. 국가 차원에서 물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신호탄을 쏜 것이다. 이 클러스터는 물 기업의 기술 개발부터 해외 진출까지 전(全) 주기를 지원한다.
대한민국 국제 물 주간 행사도 이때 시작됐다.
기후부와 대구시,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환경공단, 한국 물포럼이 매년 힘을 합쳐 '물'을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고위급 회의를 비롯해 특별 세션과 포럼, 경연대회, 전시회 등 기후 위기 시대의 물 문제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장이 활짝 열린다.
홍성주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12일 개막식에서 "대구는 낙동강 페놀 사건 이후 크고 작은 물 문제를 경험했던 도시"라며 "지난 10년 동안 물 클러스터를 통해 물 기업을 육성하고 국제 물 주간을 개최하며 체계적으로 물 관리를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매년 반복되는 행사라고 내용까지 동일한 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전 세계의 물 문제 극복에 실질적인 보탬이 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한다. 각종 협력 논의는 국가별 '맞춤형' 설루션 제공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올해 물 주간은 '물의 미래를 함께 여는 스마트 혁신'을 주제로 열렸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예측-생산-공급' 등 물 관리 전(全) 과정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물 관리 AI 대전환' 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AI와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홍수 예보와 댐·하천 관리를 고도화한 사례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거둔 효과도 제시했다. 수자원공사가 물 주간 기간에 정수 처리 과정을 AI와 빅데이터로 운영해 효율성을 높인 'AI 정수장'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 품질 인증(BDN)을 받아 의미를 더했다.
이렇게 대구는 과거 페놀 유출 사건의 아픔을 딛고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물 협력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도시가 됐다. 대구가 '물의 미래'를 좌우할 거란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앞으로 10년, 20년 계속 이어질 물 주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타오 체타 캄보디아 수자원기상부 장관은 "한국의 물 주간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모여 물 관련 의견을 나누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산업부 유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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