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주간] 이창용發 투심 위축 지속…당국 액션에 쏠린 시선
(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기자 = 이번주(11월17일~21일) 서울 채권시장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매파 발언의 여파로 투자심리 위축이 팽배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후반 국고채 3년물 금리가 빅 피겨인 3% 코앞에서 멈춰선 가운데 이번주에도 해당 레벨 근처에서 넘나드는 양상이 이어질 수 있다.
이같은 국고채 금리의 급격한 상승 추세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구두개입을 이미 단행한 상황에서, 이제는 단순매입 등 실질적인 액션이 나와야 시장이 진정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우선 오는 18일 이창용 총재는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 총재는 제주에서 열리는 BOK 지역경제 심포지엄에 참석한다.
한국은행은 18일 3분기 가계신용(잠정)을, 19일에는 3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를 공개한다. 21일에는 10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를 발표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18일 국무회의에 참석한다. 19일에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다.
기재부는 20일에는 11월 국고채 '모집 방식 비경쟁인수' 발행 여부 및 발행계획을 발표한다.
글로벌 재료를 살펴보면,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가 지난주 종료되면서,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주요 경제지표가 발표된다.
우선 미국의 9월 비농업 고용보고서가 오는 20일에 발표된다. 다만 10월 비농업 고용보고서는 아예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주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공개발언도 대거 예정돼 있다.
시장 영향력이 높은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우리시간으로 18일 새벽 연설에 나선다.
20일에는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도 공개된다.
◇ 예고 없이 등장한 이창용 총재의 '방향 전환' 매파 발언
지난주(11월10일~14일) 국고채 3년물 금리(민평금리 기준)는 일주일 전보다 6.0bp 상승한 2.955%, 10년물 금리는 11.0bp 급등한 3.330%를 나타냈다.
10년과 3년 스프레드는 32.5bp에서 37.5bp로 확대되면서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졌다.(커브 스티프닝)
지난주 초반에는 직전주의 급격한 약세에 대한 되돌림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다소 숨고르기 장세가 나타났다. 외국인도 3년 국채선물에 대한 순매수를 이어가면서 시장을 탄탄하게 지지했다.
다만 12일 오후 중 갑작스럽게 전해진 이 총재의 매파 벌언에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이 총재는 싱가포르 출장 중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완화적 통화 사이클을 유지하는 것이 한은의 공식 입장이라면서도 "금리 인하 폭이나 시기, 심지어 방향의 전환(even the change of direction)은 새로운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1월 경제전망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의 상향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예고했다.
특히 방향 전환이라는 표현이 인상 가능성으로 해석됐다.
장 마감 무렵 기재부와 한은이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주 후반 내내 시장 내 투심 악화가 쉽사리 해소되지는 못했고, 양도성예금증서(CD) 및 은행채 등 단기 채권 시장도 불안감을 지속했다.
다만 한은의 구두개입이 한차례 더 나오면서 시장 안정을 위한 당국의 조치가 나올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나타났다.
지난주 달러-원 환율도 1,470원대까지 급등하는 등 레벨과 변동성 모두 높은 상황이 나타났다.
이에 대응해 당국이 외환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우려를 드러내면서 가용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달러-원 환율이 눈높이를 크게 낮췄다.
당국은 국민연금과 수출업체 등 주요 수급 주체들과 긴밀히 논의해 환율 안정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된 점도 달러-원 환율 하락세를 부추겼다.
팩트시트에 '외환시장 안정' 항목이 별도로 마련됐으며 연간 200억달러를 초과하는 금액의 조달을 요구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지난주 후반 영국 정부의 재정 개선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영국 국채(길트)에 대한 투매를 촉발하면서 파장이 글로벌 국채 시장에 전달됐다.
외국인은 3년 국채선물을 305계약 순매수했고 10년 국채선물은 1만2천372계약 순매도했다.
주요국 장기금리 가운데 미국 국채 10년 금리는 5.1bp 상승했다. 호주 국채 10년 금리는 8.23bp, 일본 국채 10년 금리는 2.28bp 올랐다.
◇ 위축된 심리, 개선될 여지 부재…당국의 실질적 조치 주목
시장 전문가들은 국고채 금리 레벨이 크게 높아졌지만, 투심 위축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창용 총재의 매파 발언 이후 가파른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연말까지 뚜렷한 매수 주체 부재 및 투자심리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레벨에 대한 고평가, 저평가 여부를 떠나서 지금은 심리가 크게 위축되어 있고, 개선될 기미가 딱히 보이지 않는다"며 "높아진 금리의 고착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단기 구간의 경우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재차 확대된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판단이다"며 "플래트닝 장세를 예상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당국이 단순매입 등 실질적인 액션을 취할지에 주목도가 높다고 내다봤다.
조 연구원은 "단기 자금시장에 대한 우려도 불거지고 있어 국고채 금리 안정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결국 기재부와 한은의 구두개입을 넘어 소규모 단순매입 등 상징적 차원의 조치더라도 실질적인 개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주 후반 기재부와 한국은행의 채권시장 구두개입에도 금리는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을 뿐 상승세가 꺾이지는 않았다"며 "이에 시장에서는 당국의 직접 매입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그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홍철 DB증권 자산전략팀장은 "현재 수준과 같은 국내 고금리가 장기화될 경우 체력이 약한 사람이 고속질주하는 셈이다"며 "결국 내년도의 디플레이션 압력은 충격적으로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시장 안정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다만 달러-원 환율이 진정세를 이어간다면 국고채 금리에 부담이 다소 줄어들 수도 있다는 시각도 나왔다.
조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이 '구윤철 풋'과 한미 팩트시트 공개를 계기로 안정세를 되찾는다면 약한 연결고리 한 곳에 대한 우려는 낮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jhson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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