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인하에 '감사' 표했던 정의선…5년간 국내 125조 투자한다
AI·로봇에 50조 등 국가 경제 활력 제고…생산거점 투자 확대
1차 협력사의 올해 대미 관세 부담액 전액 지원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자동차 관세 인하 합의에 '감사'를 표했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통 큰 투자를 결정했다. 향후 5년간 국내에 사상 최대 규모 자금을 쏟아붓는다. 미래 인공지능(AI)부터 상생협력까지 망라했다.
◇ 치열했던 관세 협상 타결에 현대차, 투자로 보은
현대차그룹은 16일, 내년부터 2030년까지 국내에 총 125조2천억원의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직전 5년(2021~2025년) 동안 국내에 투자했던 89조1천억원을 36조1천억원가량 상회한다.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25조400억원으로, 직전 5년 대비 40% 이상 늘었다.
현대차 그룹은 "대규모 중장기 국내 투자 결정은 그룹의 근원적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간 열렸던 한미 정상회의에 따라 대미 자동차 관세가 15%로 인하되고,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발표에 투자 양해각서(MOU)까지 체결되자 정의선 회장은 지체 없이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정 회장은 관세 협상 타결 당시 이재명 대통령에게 "관세 관련해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은 한미 관세 협상 후속 관련 민관 합동회의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기도 했다.
투자 금액 125조 2천억 원을 유형별로 분류하면 미래 신사업 분야에 50조5천억원이 들어간다. 연구개발(R&D) 투자에는 38조5천억원, 경상투자에 36조2천억원이 투입된다.
신사업 투자는 미래 신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집행된다. AI 자율주행, AI 자율 제조, AI 로보틱스, 전동화 및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수소 에너지 등 미래 산업을 좌우할 첨단 분야에서 전략적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지속 성장 기반을 확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R&D 투자는 모빌리티 산업 경쟁력을 지속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신제품 및 핵심 분야 기술 개발 확보에 맞춰졌다.
경상투자는 미래 제조 환경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국내 생산 설비 효율화 및 제조 기술 혁신, 고객 서비스 거점 확대 등에 활용된다.
이번 중장기 투자는 국내 AI/로봇 산업 육성과 그린 에너지 생태계 발전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 등 국가 경제 기여에 목표를 뒀다고 현대차그룹은 강조했다.
◇ 상생도 챙긴 정의선…고통 동반한 협력사 잊지 않았다
상생도 빠지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005380]·기아[000270] 1차 협력사가 올해(2025년) 실제 부담하는 대미 관세를 소급 적용해 전액 지원한다. 이와 별도로 다양한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마련해 1차는 물론 2~3차 협력사까지 혜택을 확대한다.
구체적으로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와 직접 거래하는 1차 협력사가 부품 등을 현대차그룹 미국 생산법인(HMGMA,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등)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실제 부담하는 관세를 매입 가격에 반영함으로써, 협력사의 관세를 지원할 계획이다.
총지원 규모는 향후 1차 협력사의 수출 실적 집계 후 확정될 예정이다. 협력사의 운영자금 확보와 유동성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협력사 경영 안정화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협력사의 원자재 구매와 운영자금 확보, 이자 상환 등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해외 판로 개척과 수출 확대를 위한 다양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이 완성차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철학으로 스마트 공장 도입, 안전·보안 관리 체계 지원도 포함했다. 우수 인재 채용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리체계 구축까지 도모한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이 15%로 인하된 자동차 관세 타결로 약 4조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비용 부담을 떠안은 협력사에 더 크게 화답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역대 최대 규모의 중장기 국내 투자와 끊임없는 혁신으로 대한민국 경제 활력 제고에 기여할 계획"이라며 "협력사 관세 지원과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쏟겠다"고 전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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