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숨 돌릴 틈도 없이 사상 최대 투자…정의선이 그린 현대차 미래

2025-11-16     이재헌 기자

관세에도 수익성 내주며 점유율·인지도 제고 전략

15% 관세도 과거보다는 높아…AI 앞세운 먹거리 키우기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미국의 외국산 자동차 25% 관세는 글로벌 3위 완성차 기업인 현대차그룹에 가혹했다. 반년 동안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0%까지 깎이며, 어닝 쇼크(실적 충격) 평가를 들어야 했다. 그래도 수익성을 내주는 대신 점유율과 인지도를 지키며 '절치부심'했다.

한미 정상이 타결한 관세 협상의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발표 및 양해각서(MOU) 체결 등으로 이달부터 15%로 관세가 내려갈 전망이다. 정의선 회장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바로 투자를 통해 미래 구상을 선보였다. 과거 자유무역협정(FTA) 시절의 제로(0) 관세가 아닌 만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새로운 먹거리 찾기와 효율성 극대화에 나선다.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 발언하는 정의선 회장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대자동차그룹은 16일 내놓은 5년간 투자 계획(총 125조2천억원)의 목적으로 근원적 성장동력 확보를 내걸었다. AI 기술 고도화를 기반으로 한 로보틱스 등 신사업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진다. 국내 AI/로봇 혁신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 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 어플리케이션 센터 등 계획

AI/로봇 산업 육성 투자는 AI 인프라 조성 및 AI 활용 로보틱스 등 첨단 밸류체인 구축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엔비디아와 협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는 한편 차량 내 AI,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 로보틱스 등 AI 역량 고도화에 힘을 쏟고 있다.

우선 AI 모델 학습 및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고전력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데이터센터는 피지컬(Physical) AI 로봇, 자율주행차 등에서 생성되는 AI 학습 데이터 저장이 가능한 PB(페타바이트)급 데이터 저장소를 확보한다.

피지컬 AI 생태계 발전의 중추를 담당할 '현대차그룹 피지컬 AI 어플리케이션 센터' 설립도 추진한다. AI를 통해 대규모 행동 데이터를 학습한 로봇의 완성도 및 안전성을 검증하고, 이를 통해 실제 산업현장 투입 전 신뢰성을 최종 검증하는 혁신 실증센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차그룹은 피지컬 AI를 활용해 확보한 고객 맞춤형 로봇 기술을 바탕으로 '로봇 완성품 제조 및 파운드리 공장'도 조성한다. 이를 통해 사업 영역을 자체적인 로봇 제품 생산부터 제조 노하우가 부족한 중소기업 제품을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까지 확장한다. 기존 자동차 부품 협력사의 로봇 부품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젠슨 황·이재용·정의선 치맥 회동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신재생 결합해 지역 상생 도모…신규 공장 등 전국 투자

현대차그룹은 재생 에너지가 풍부한 서남권에 1GW(기가와트) 규모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 플랜트를 건설하며, 인근에 수소 출하센터 및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 수소 경제 조기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 PEM 수전해기 및 수소연료전지 부품 제조 시설을 건립해 글로벌 수출 산업으로 육성한다.

향후 정부, 지자체 등과 협의해 AI, 수소, V2X(차량-사물 통신) 등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핵심 신기술을 접목한 수소 AI 신도시가 조성되도록 투자를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각 지역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고, 대한민국과 모빌리티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하기 위한 기반 마련에도 힘을 쏟는다.

신규 공장도 건설된다. 내년 현대차 울산 EV(전기차) 전용 공장이 준공되고,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울산 수소연료전지 신공장도 건설 중이다. 기아도 경기도 화성 PBV(목적기반차량) 전용 신규 전기차 거점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충남 당진제철소에 액화천연가스(LNG) 자가 발전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고로 효율 향상 투자에도 수천억 원을 투입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전기차 충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충전소 등 인프라를 전국에 확대 설치한다.

'PBV 허브' 화성 이보플랜트
[출처: 현대차그룹]

◇ GBC 건설 본격화와 함께 글로벌 도약 노려

현대차그룹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는 서울시의 인허가 절차가 완료되면 건설에 본격 돌입하게 된다. 글로벌 혁신거점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기대되는 GBC는 건설 기간은 물론 완공 후에도 상권 활성화 등 대규모 파급 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빌리티 생산 중추 거점으로서 한국의 위상도 더욱 공고히 한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완성차 생산 공장의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고, 국내 전기차 전용 공장을 글로벌 마더팩토리 및 수출 기지로 육성해 국내 생산 차량의 해외 수출을 대폭 증대시킬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14일, 'K-모빌리티 글로벌 선도전략'을 통해 2035년까지 국내 자동차 생산량을 400만대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내걸었다. 'K-마더팩토리'가 이를 담당한다. 정부와 현대차그룹의 동반 성장이 구체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218만대였던 완성차 수출을 2030년 247만대로 늘리고, 그 중 전동화(EV, PHEV, HEV, FCEV) 차량 수출은 지난해 69만대에서 2030년 176만대로 2.5배 이상 확장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전동화 역량 지속 강화를 비롯해 900km 이상의 긴 주행거리를 갖춘 EREV(Extended Range Electrified Vehicle) 등 파워트레인 및 라인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다양한 배터리의 설계 및 개발 역량을 고도화함으로써 배터리 상품성과 안전성을 크게 향상하기 위한 배터리 기술 내재화 투자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차그룹 GBC 내 최대규모 녹지공간 들어선다
[출처: 현대차그룹]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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