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360조→450조…삼성, AI 수요에 '본진 강화'로 대응

2025-11-17     김학성 기자

메모리 수요 급증에 검증된 생산지인 국내 투자 확대

울산 배터리·광주 공조기기…다양한 산업 활성화 기대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삼성이 앞으로 5년간 국내에 45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3년 전 발표한 360조원에서 무려 90조원 확대했다.

본격화하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관련 투자를 선제적으로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생산 체제를 갖춘 삼성이 한국을 '본진'으로 재확인한 셈이어서 국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관측됐다.

 

삼성전자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17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 등 관계사들은 향후 5년간 연구개발(R&D)을 포함해 국내에 450조원을 투자한다.

삼성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2022년 5월 앞으로 5년 동안 국내에 36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제시한 금액은 당시보다 90조원, 25% 늘었다. 이 기간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수준으로 투자 규모를 상향 조정한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전날 대통령실에서 개최된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 참석해 "R&D도 포함해서 국내 시설 투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이 국내 투자 규모를 공격적으로 확대한 가장 큰 이유는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전날 임시 경영위원회를 열어 평택사업장 5라인 골조 공사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AI 시대가 본격화하며 메모리반도체 중장기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생산라인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팹(공장)은 라인 하나를 새로 조성하는 데에만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공사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이 경쟁적으로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며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내년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완판됐으며, 증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격 상승은 범용 메모리로도 확산하고 있다.

흥국증권은 지난 11일 내놓은 내년 산업전망 보고서에서 "AI 추론 서비스의 확산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AI 서버뿐 아니라 중앙처리장치(CPU) 기반 일반 서버의 워크로드(작업량) 역시 증가시키고 있다"며 "AI 가속기와 서버 CPU, D램, 낸드, 하드디스크(HDD) 등 거의 전 분야의 반도체 공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더해 엔비디아 GPU에 기반한 '반도체 AI 팩토리'를 구축하는 데에도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수년간 엔비디아 GPU를 5만개 이상 도입해 반도체 설계와 생산 전 과정에 AI를 접목할 계획이다.

압도적인 메모리반도체 1위 국가인 한국에는 관련 생태계가 탄탄하게 구축돼 있다. 메모리 생산능력을 확장하려면 검증된 국내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다. 삼성전자는 D램은 전량 국내에서, 낸드는 한국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밖에 삼성SDI[006400]와 삼성SDS[018260],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009150]도 국내 투자를 발표했다. 투자 대상은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와 AI 데이터센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반도체 기판을 아우른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최근 인수를 완료한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 플랙트그룹까지 광주에 생산라인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다양한 산업에 걸쳐 활력이 제고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삼성이 내건 신규 채용 규모는 3년 전과 비교해 25% 줄었다. 삼성은 지난 9월 발표한 대로 앞으로 5년간 6만명을 새로 채용하겠다고 전날 밝혔는데, 2022년 5월 내놓은 8만명에 비해 2만명 적다.

투자와 신규 채용 규모의 방향성이 엇갈린 데는 AI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삼성전자는 임직원들이 업무 전 영역에 AI를 활용하는 'AI 드리븐 컴퍼니'로 거듭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업무에서 AI 활용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신규 인력 수요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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