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성장해야 할 韓 PEF, 눈앞 과제 산더미

2025-11-17     김학성 기자

PEF 경영 기업, 매출·투자·고용 성장률 평균 상회

규모 확대·가치 제고 역량 강화 등 숙제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지난 20년간 한국 사모펀드(PEF) 산업은 꾸준히 성장해 전체 약정액이 154조원(작년 말 기준)에 도달했다. 이제 PEF를 빼고 인수·합병(M&A) 시장을 논할 수 없을 정도다.

일부 투자 건에서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PEF가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친 긍정적 영향이 컸던 것으로 평가했다. 규모 확대와 가치 제고 전문성 및 사회적 책임 강화 등이 향후 과제로 꼽혔다.

사모펀드(PEF) 운용구조
[출처: 금융감독원]

◇ PEF가 경영하면 매출액·고용 늘었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는 최근 발간한 '한국 PEF 산업 현황 및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국내 PEF 업계는 지난 20년간 투자수익을 달성하면서도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PEF 약정액은 2014년 51조원에서 2024년 154조원으로 최근 10년 사이 100조원 넘게 늘었다. M&A 시장에서 PEF가 관여한 거래의 비중은 50%를 웃돌았다.

베인앤드컴퍼니는 국내 PEF의 내부수익률(IRR)이 코스피 수익률을 지속 상회하며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LP)에게 고수익을 안겨줬다고 진단했다. 일례로 2017년 결성된 PEF의 작년 말 기준 IRR 중앙값은 19%였는데, 같은 해 코스피 수익률(6%)의 세 배에 달했다.

또 PEF 포트폴리오 기업의 매출액과 설비투자(CAPEX), 연구개발(R&D), 고용, 직원 임금 증가율도 국내 평균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PEF 포트폴리오사 304곳의 최근 10년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은 12%였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산업 평균(4%)보다 크게 높았다.

베인앤드컴퍼니는 "(국내 PEF는) 연구개발 및 설비증설 투자를 늘리고 수출을 증대했다"며 "정규직 중심으로 일자리와 임금을 끌어올리는 실증적 성과를 만들어 왔다"고 결론 내렸다.

블랙스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규모·전문성 등 과제 많지만 풀기 쉽지 않아

이처럼 성과가 있었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해외 선도 운용사보다 뒤처지는 규모와 기업가치 제고 전문성, '홈플러스 사태'가 촉발한 사회적 책임 문제 등이다.

국내 최대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의 운용자산(AUM)은 약 300억달러다. 세계 최대 운용사인 블랙스톤의 AUM이 1조2천억달러가 넘고, 북미와 유럽 등지에 수천억달러를 굴리는 경쟁사가 수두룩한 것을 감안하면 규모 면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P로부터 출자를 확보했으나 아직 투자하지 않은 금액(드라이파우더)이 지난해까지 2년째 36조원을 넘을 만큼 높게 유지되고 있어 추가로 자금을 모집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공격적으로 드라이파우더를 소진하자니 수익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전 세계 경영권 인수(바이아웃) 거래에 적용된 EV/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 배수 중앙값은 작년 약 12배였다. 10년 전 7~8배에서 사모투자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며 꾸준히 올랐다.

여기에 더해 지난 3월 MBK의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 이후 국내에서 PEF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며 LP들이 출자 규모를 줄이거나 까다로운 조건을 붙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회에서는 규제 법안까지 속속 발의됐다.

한 국내 PEF 운용사 고위 임원은 "열심히 하는 토종 PEF까지 피해를 볼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신임 PEF 운용사 협의회장에 선임된 박병건 대신프라이빗에쿼티 대표는 PEF 업계가 "투명하고 책임 있는 자본"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차별화된 기업가치 제고 전략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PEF 운용사에는 이러한 전략을 실행할 전문 조직이 해외에 비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베인앤드컴퍼니는 "투자 후 기업가치 증대를 위한 전문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다른 보고서에서 "국내 PE 시장에 투자하는 해외 운용사는 국내 운용사보다 적극적으로 가치 제고 활동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국내 PEF 입장에서 가치 제고 역량을 배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PEF 업계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를 기회로 보고 있다. 간접투자에 배정된 35조원 중 일부를 출자받아 직접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PEF 운용사 고위 임원은 "PEF가 유망 투자처 발굴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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