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최대 이익 뒤에 남은 원전 상처…충당부채 5천억
한수원 해외사업 부문서 본격 계상…규모 갈수록 커져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한국전력[015760]의 해외 원자력 발전 생채기가 커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해외 사업 부문에서 본격 계상된 충당부채가 확대해서다. 지난 분기 영업이익을 사상 최대로 끌어올렸지만, 원전 불확실성을 되돌려야 진짜 축배를 들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17일 한전의 올해 3분기 분기 보고서를 보면 한전은 연결 기준으로 전력발전 사업 부문(원자력)의 손실부담계약 충당부채로 5천446억원을 명시했다. 총 충당부채 5천569억원의 97.8%를 차지했다.
이 충당부채는 한수원의 몫이라고 한전은 설명했다. 연결재무제표 작성상 한수원의 사업 부문인 원자력으로 표기됐다.
원자력 관련 충당부채는 해외 원전 때문에 생겼다. 이집트와 루마니아 등 다양한 곳에서 벌이는 사업들이 부진한 탓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집트 엘다바 원전의 한수원 기자재 계약이 없어 손실만 3천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없던 금액이다. 올해 1분기에 공사 예상 손실 금액이 2천585억원이 되더니, 다음 분기에 3천억원대로 올라섰다. 석 달 만에 2천500억원가량이 또 추가됐다.
한전은 분기 보고서에 원전 관련 부가 설명으로 'UAE(아랍에미리트) 원전 공기연장과 관련해 계약당사자(Contracting Parties)와 공기 연장 비용 및 지체상금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며, 당분기 말 현재 공기 연장 비용에 대해서는 경제적 자원의 유출이 예상되는 금액을 충당부채로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계약당사자는 한수원 등이다.
향후 바라카 원전까지 손실 인식의 위험성이 있다. UAE 바라카 원전의 운영지원용역(OSS)을 맡은 한수원은 공기 지연 및 추가 작업 지시를 이유로 한전에 10억달러의 비용 정산을 요구하는 '클레임'을 작년에 제기했다. 이러한 다툼은 런던국재중재법원(LCIA)까지 넘어갔다.
한수원의 정식 클레임으로 바라카 원전 추가 공사비는 숨길 수 없는 부분이 됐다. 100% 모자회사인 한전과 한수원끼리 공사비를 주고받는 결과는 연결재무제표상 차이를 만들지 않지만, 그룹 전체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력을 필수적으로 따져야 하는 상황이다. 발주처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하면 손실이 현실화하고, 받아내면 리스크가 사라지면서 재무구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 한전은 원자력 충당부채와 관련해 당기 손익에 미치는 영향으로 6천277억원을 책정했다. 미래 손익은 8천489억원 깎을 것으로 봤다.
한전 관계자는 "2024년 말 한수원의 클레임 제기 이후 한전은 합리적인 금액을 충당부채로 인식했다"며 "매 분기말 주기적으로 비용을 평가해 충당부채로 계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한전-한수원에 대해 중재에 나서면서 관련 논란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한전과 한수원의 공사비 분쟁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전과 한수원의 거버넌스를 어떻게 가져갈지 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수원의 공사비 증빙이 허술했다며 팀코리아는 모두 협조를 잘해서 발주처로부터 최대한 공사비를 받아내 다시 각자 몫대로 나눠 가지면 되기에 서로 싸울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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