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2년 만에 가격 5배로 치솟은 전설의 SK하이닉스 채권
2023년 발행한 자사주 교환사채, 주가 따라 가치 급등
교환가액 10.8만원이지만 아직 교환 청구 2% 불과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2년 전 발행한 교환사채(EB)의 가치가 5배로 급등했다.
해당 교환사채의 교환 대상은 SK하이닉스 자기주식인데, 최근 회사 주가가 60만원을 돌파하며 거침없이 치솟자 교환사채의 가격도 함께 올랐다.
18일 연합인포맥스 개별종목 평가정보(화면번호 4012)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2023년 4월 발행한 17억달러(당시 환율 기준 2조2천377억원) 규모 교환사채의 가격은 이달 처음으로 500(기준가 100)을 넘었다. 액면가의 5배까지 오른 것이다.
가격 상승세는 최근 들어 더욱 가팔랐다. 올해 6월 200, 9월 300을 넘은 뒤 지난달 400을 돌파했다.
일반적인 채권의 가격이 이렇게 큰 폭으로 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채권을 제외하면 현재 상환되지 않은 한국계 외화채권(Korean Paper·KP) 가운데 가격이 140을 넘은 경우도 없었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은 해당 채권이 SK하이닉스 주식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투자가 크게 늘면서 메모리반도체 제조사 SK하이닉스가 매 분기 실적 신기록을 경신하자 주가도 달음질했다.
교환사채 발행일(2023년 4월 11일) 이후 전날까지 2년 7개월 만에 SK하이닉스 주가는 560% 상승했다. 올해에만 250% 넘게 오르며 이달 60만원 고지를 정복했다.
발행 당시 교환사채의 교환가액은 시가에 27.5%의 프리미엄이 붙어 주당 11만1천180원으로 결정됐다. 이후 두 차례 조정을 거쳐 현재는 10만8천811원이다.
교환사채 투자자 입장에서 교환권을 행사하면 주당 10만8천811원에 SK하이닉스 주식 1주를 취득해 60만원 넘는 시가에 팔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교환사채 발행총액 17억달러 가운데 교환권이 행사된 금액은 3천520만달러에 불과했다. 비율로 따지면 2%였다. 투자자들은 2023년 5월부터 교환권을 행사할 수 있었지만, 대다수가 아직 차익 실현에 나서지 않았다.
나머지 98% 금액을 들고 있는 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의 주가 추가 상승에 베팅한 것으로 풀이됐다.
SK증권은 지난 3일 SK하이닉스의 내년 목표 주가를 100만원으로 제시했다. 2개월 전 변경한 48만원에서 2배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다만 'AI 거품론'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최근 미국 빅테크와 국내 대형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큰 변동성을 보이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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