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강력한 환율안정 의지에도 '아슬아슬'…1~2주가 분수령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외환당국이 강도 높은 구두개입을 통해 추가적인 환율 상승을 막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가운데서도 달러-원 환율의 불안정한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향후 1~2주 안에 과열된 롱심리가 크게 꺾이지 않는다면 환율 불안 상황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금융시장의 경색 가능성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행보를 둘러싼 불확실성, 인공지능(AI) 투자 거품론 지속 등 대외 불안요인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에 원화가 특히 취약해질 수 있는 데다 서학개미의 거침없는 투자 행보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원 환율이 이틀 연속 1,475원까지 오르는 강세를 보이면서 당국이 개입한 것을 보면 1,500원을 가시권에 둔 환율은 용인하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다.
외환시장 큰 손인 국민연금까지 동원한 덕분에 환율이 오버슈팅할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지만 하방경직에 대한 인식도 견고해 1,450원선이 당분간 지지될 가능성이 있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전장대비 3.40원 오른 1,458.00원에 마쳤다. 야간장에서 상승폭을 확대해 종가는 1,460.40원까지 높아졌다.
당국의 구두개입이 나온 14일 정규장에서 환율은 10.70원 내렸고,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환율은 더 떨어져 1,450원을 하회하기도 했다.
다만 전날에는 급격한 하락에 따른 되돌림이 소폭 나왔고, 야간장에서는 엔화가 약세를 보임에 따라 환율은 1,460원 선으로 다시 올랐다.
시장에서는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위험회피 심리 고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존 윌리엄스 총재는 비공개로 프라이머리딜러(PD)를 소집해 단기 유동성을 공급하는 스탠딩레포(SRF) 등 단기 유동성 장치 등의 기능 점검 및 개선 가능성을 등을 논의했다.
앞서 뉴욕 연은은 "은행 지급준비금이 풍부한(ample) 상태가 끝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며 레포시장 금리사 상승하고, SRF 사용이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풍부한 지준을 유지하기 위해 점진적 자산매입" 가능성도 시사했다.
미국 단기자금 시장의 유동성 경색은 사모대출을 둘러싼 시장의 불안을 더 증폭시키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의 '바퀴벌레' 발언에 이어 월가의 '신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사모대출을 '쓰레기 대출'이라 비판했다.
그는 "다음 번 대형 금융위기는 사모대출에서 비롯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모대출로 자금을 조달해온 서브프라임 자동차 담보대출 업체 트라이컬러와 자동차 부품 공급사인 퍼스트브랜즈의 파산 사태로 사모대출 시장 관련 신용 우려가 커진 가운데 나온 비판이다.
AI 거품론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오는 19일에는 'AI 대장주' 엔비디아의 실적이 발표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종의 반등 사이클은 여전히 초입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지만 미국 기술주의 부진이 이어진다면 외국인이 국내증시에 되돌아오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미국장이 다시 흔들리는 모습인데 결국 크게 보면 AI 기반의 위험선호가 지속될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또 미국내 달러 유동성도 불안한데 사모대출 우려도 슬슬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에 풀린 대규모 달러 유동성으로 레버리지 포지션이 많아진 상황에서 해당 포지션이 언와인딩 된다면 달러 유동성이 더 타이트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옵션 변동성도 오르기 시작했다고 지적하며, "일단 지난주 당국이 잘 막은 것 같지만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며 "본게임은 지금부터인데 외국인이 주식을 더 팔고 당국은 치열하게 방어하는 모습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대외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어서 단기적으로 조심스럽게 트레이딩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 조정 국면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고, 외국인의 주식 자금 이탈도 이어지고 있어 환율의 상방 리스크도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분간은 정책적 요인으로 인한 환율 하방 압력과 달러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상방 압력이 서로 대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학개미는 지난달 사상 최대 순매수에 이어 이달 들어 14일까지 미국 주식을 36억3천400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지난달 순매수 규모인 10조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5조 3천억원에 달한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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