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전세계 기업 중 첫 완탕본드 발행…조달 안정성 배가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국도로공사가 20억 홍콩달러(약 3천760억원) 규모의 완탕본드 발행으로 홍콩 채권시장에서 한 획을 그었다.
완탕본드는 그동안 정부·국제기구·기관(SSA) 발행만 이어졌던 터라 도로공사의 이번 조달은 최초의 기업물(corporate)로 주목받았다.
최근 국내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로 기업들의 조달 어려움이 커졌다는 점에서 도로공사의 해외 시장 개척이 더욱 눈길을 끈다.
도로공사는 조달 비용 절감을 위해 꾸준히 다양한 시장을 탐색하면서 완탕본드를 포착했다.
이어 데뷔전에서부터 흥행을 거두면서 비용 절감과 조달처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홍콩 시장서 이정표, 데뷔전부터 흥행
18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전일 프라이싱(pricing)을 통해 20억홍콩달러 규모의 완탕본드 발행을 확정했다.
만기는 3년 고정금리부채권(FXD)이다.
가산금리(스프레드)는 하이보 미드스와프(HIBOR MS)에 35bp를 더했다.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 대비 30bp를 절감한 수준이다.
이에 따른 채권 발행금리는 3.250%다.
완탕본드는 홍콩 자본시장에서 역외 발행사가 찍은 공모 홍콩달러화(HKD) 표시 채권이다.
2025년 2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시작으로 SSA 발행사를 중심으로 조달이 이어졌다.
이어 도로공사가 8번째 완탕본드 발행물로 자리매김했다.
SSA가 아닌 기업물로는 최초다.
첫 시도였던만큼 도로공사의 도전이 수월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완탕본드는 SSA 발행사만이 시장을 찾을 정도로 투자자들의 보수적인 성향이 짙게 드러났다.
도로공사가 그동안 사모 홍콩달러 채권을 찍곤 했으나 사모와 공모 투자자가 차이를 보인다는 점도 부담 요소였다.
완탕본드는 은행권이 주요 투자자라는 점에서 고유동성자산(High Quality Liquid Assets) 여부가 중요하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레벨1으로 인정되지 않아 한계가 드러났다.
녹록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도로공사는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에서 쌓아온 아시아 투자자와의 관계를 기반으로 도전에 나섰다.
조달 비용 절감을 위해 다양한 이종통화 시장을 살피던 중 완탕본드에서 가능성이 엿보인 점도 이러한 결정을 뒷받침했다.
도로공사는 비대면과 대면 IR로 투자자와의 친숙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첫 공모 발행인 만큼 미리 비대면 IR을 진행해 투자자가 조달 라인 등을 준비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했다.
이어 지난주 현지 IR을 진행해 흥행 기반을 다졌다.
홍콩의 발권은행인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를 주관사로 선정해 전문성을 끌어올린 점도 주효했다.
두 IB의 경우 완탕본드 주관 업무 경험이 상당했다.
발권은행으로서의 현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앵커 투자자를 확보하는 데에도 든든한 역할을 했다.
이에 도로공사는 IPG 대비 30bp가량 스프레드를 끌어내리며 성공적으로 발행을 마쳤다.
달러채는 물론 원화채 금리와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수준을 달성하면서 완탕본드 시장 개척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후문이다.
특히 최근 원화채 시장에서의 투자 심리 위축으로 공기업들의 발행 금리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외 시장을 통해 조달 안정성을 한층 높인 모습이다.
◇'가족친화' ESG 효과 톡톡…투자 저변 확대
도로공사의 경우 이번 채권을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으로 발행했다.
과거 ESG 프레임워크에 산업안전을 추가했던 데 이어 이번에는 가족친화 사업을 더했다.
조달 자금을 돌봄지원과 휴게소 수유 공간 시설 개선 등에 사용키로 해 소셜(social) 측면의 특성을 강화한 것이다.
그린(Green)의 경우 친환경 고속도로와 그린빌딩 등이 자금 사용처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요건을 갖췄다.
ESG로 발행 비용까지 절감했다는 점은 도로공사의 시장 포착력이 더욱 돋보이는 대목이다.
홍콩금융청은 공모 ESG 채권 활성화를 위해 채권 발행 비용의 절반과 ESG 프레임워크 검토 비용 전액을 환급해준다.
도로공사는 이를 활용해 금리 이외에도 발행에 드는 각종 부대 비용을 대폭 낮췄다.
ESG 채권을 택해 글로벌 시장에 도로공사의 친환경·사회적 사업 또한 널리 알렸다.
이번 발행으로 중국계 본토 기관으로의 투자자층을 넓히는 효과도 톡톡히 봤다.
완탕본드의 경우 중국계 본토 은행들도 홍콩지점을 통해 채권 매수에 나서고 있다.
도로공사의 국제 신용등급은 AA급 수준이다. 무디스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각각 'Aa2', '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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