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차트] 레포 차입으로 美 국채시장 좌우…케이맨제도의 헤지펀드
美 국채 보유액 4천억달러대지만…연준 "日·中·英 보다 많은 사실상 1위"
팬데믹 때 시장 흔들었던 '베이시스 트레이드' 주도…레포로 자금 조달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최근 미국 국채 보유국 순위는 '2강' 체제가 굳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 국채를 많이 사 온 일본이 1위를 지키는 가운데 미국의 주요 우방국인 영국이 중국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선 것이다. 한때 미 국채 최대 보유국이었던 중국은 미국과 패권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3위로 내려섰다.
대표적 조세 회피처 중 한 곳으로,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법인 등록지로 애용하는 케이맨 제도는 상위권에서 약간 처지는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 재무부가 발표한 국제자본데이터(TIC)에 따르면, 지난 9월 케이맨 제도의 미 국채 보유액은 전체 6위인 4천269억달러로 집계됐다. 1~3위에 오른 일본(1조1천893억달러), 영국(8천650억달러), 중국(7천5억달러)과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하지만 케이맨 제도의 헤지펀드가 사실상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들고 있는 세력이라는 의견도 있다. 다른 곳도 아니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에서 그런 내용의 보고서가 최근 나왔다.
연준 이사회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달 15일 발간한 '미 국채 베이시스 트레이드의 크로스보더 흔적' 보고서에서 "케이맨 제도는 사실상 미 국채의 최대 해외 보유국"이라면서 일본과 영국, 중국보다 상당히 많은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미 재무부의 TIC는 케이맨 제도의 미 국채 보유액을 "극심하게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작년 말 기준으로 대략 1조4천억달러나 되는 금액이 포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작년 말 케이맨 제도의 미 국채 보유액은 1조8천500억달러였다는 게 보고서의 계산이다.
이 지역에 주소를 둔 헤지펀드들은 2022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1조2천억달러어의 미 국채를 순매수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른 모든 해외 투자자가 사들인 것과 거의 같은 물량을 이들이 흡수해줬다는 것이다.
케이맨 제도의 헤지펀드들은 팬데믹 사태로 한동안 타격을 받았던 '베이시스 트레이드'를 다시 확대하면서 미 국채를 대거 사들였다고 연준 보고서는 설명했다. 미 국채시장의 베이시스 트레이드는 대개 '현물 매수-선물 매도' 포지션을 가리키는데, 헤지펀드들이 레버리지를 일으켜 활용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연준이 베이시스 트레이드에 주목하게 된 것은 2020년 3월 팬데믹 발발 직후 미 국채시장에 전례 없는 충격을 준 주범이 바로 헤지펀드의 베이시스 트레이드라는 인식이 시장에 자리 잡게 됐기 때문이다. 당시 연준은 미 국채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무제한 국채 매입에 나서야 했다.(지난 4월 9일 송고된 '[ICYMI] 美 장기금리 왜 뛰나…'베이시스 트레이드' 재소환' 기사 참고)
연준 보고서는 헤지펀드는 "레포시장에서 차입을 하고, 구매한 미 국채를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베이시스 트레이드의 자금을 조달한다고 설명했다. 2022년 이후 케이맨 제도의 미 국채 보유액이 크게 증가한 것은 이들의 레포시장 차입이 크게 늘어난 것에 조응한다는 것이다.
미 국채시장의 '사실상' 최대 큰 손인 헤지펀드들이 레포시장에 크게 의존한다면 연준 입장에서는 레포금리의 안정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공산이 크다.
앞서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달 1일을 기해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 QT)를 종료하기로 했다. 최근 연준 내부에선 조만간 지급준비금 확충 차원의 대차대조표 재확대가 시작될 것이라는 신호가 잇달아 나온 바 있다.(지난 13일 송고된 '연준 대차대조표 재확대 목전으로…SOMA 매니저도 "오래 기다릴 필요 無"' 기사 참고)
s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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